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ys Oct 31. 2021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현재의 삶이 행복해질까?

영화 <About Time>이 시사하는 것

<어바웃 타임 (About Time)>은 뉴질랜드 태생 영국 감독 리챠드 커티스의 작품으로 2013년 가을 전 세계적으로 개봉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커티스 감독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작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여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작업에도 참여하였다. 개인적으로 영국 로맨틱 코미디가 할리우드의 그것과 다른 점은 들라면 아마도 출연 배우들의 영국식 영어 발음이 매력적이란 거 외에 별 차이점은 없을 거 같단 생각이다. <어바웃 타임> 역시 여자 주인공인 레이첼 맥아담스를 제외한 (레이첼 맥아담스는 미국에서 온 메리 역할을 연기하였다) 출연 배우들의 영국식 영어 발음이 참 듣기 좋았다.


<어바웃 타임>은 로코답게 역시 사랑과 행복이 메인 테마인 영화다. 남녀 주인공인 팀과 메리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이후 함께 삶을 헤쳐 나가는 행복한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나가는 것이 여느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다를 바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며,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풀어나가는 방법이 약간은 철학적이다. 왜냐하면 그 과정을 시간 개념과 결합하여 전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것을 바꿀 수 있다면, 현재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으며 그러면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이것이 이 영화가 관객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팀은 21살이 되던 해, 그의 아버지로부터 그의 집안 남자들에겐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전수된다는 비밀을 듣는다. 팀은 이 초능력을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는 데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찾는데 쓰기로 결심한다. 긴 여름을 자신의 집에서 함께 보내던 여동생의 친구인 샬럿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던 날, 샬럿은 왜 자신이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기다렸냐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들은 팀은 과거로 돌아가 그녀가 자신의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고백을 한다. 그러자 샬럿은 팀에게 왜 자신이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결국 팀은 상대가 자기에게 마음이 없으면, 시간 여행을 해도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딸 포지의 돐날 큰 교통사고를 당하자, 시간 여행을 하여 여동생의 삶을 바꾸고자 한다. 그 무렵 팀의 여동생 킷캣은 무책임한 남자 친구 때문에 술을 점점 더 많이 마시면서 인생이 망가져가고 있었다. 팀의 아내 메리는 팀에게 아무리 여동생을 도와주고 싶어도 그건 여동생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팀은 과거로 돌아가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무책임한 여동생의 남자 친구 대신 자신의 친구와 여동생을 이어주고, 현재로 되돌아와 보니 자신의 사랑하는 큰 딸 포지 대신 아들이 태어났음을 보게 된다. 과거의 한 축을 바꾸면 과거와 이어진 현재도 바뀌게 됨을 깨달은 팀은 사랑하는 큰 딸 포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 여동생의 삶을 예전으로 되돌린다. 교통사고를 당한 킷캣의 병상을 지키던 팀과 메리는 그녀에게 술을 끊을 것과 인생을 다르게 살 것을 조언하고, 이후 킷캣은 새로운 시작을 한다.


암에 걸린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시간여행을 해서 아버지를 만나고 오는 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동일한 하루를 두 번 반복하며 사는 팀. 한 번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 찬 하루, 그리고 시간여행을 통해 이제는 예측 가능한 하루를 감사하며 즐기는 팀. 그러나 어느덧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현재의 삶이 평범하지만 행복으로 채워진 팀은 어느 날 시간 여행을 통해 죽은 아버지를 방문한 후, 이젠 더 이상 아버지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작별 인사를 한다. 젊었을 땐 불만족스러운 현재의 삶을 시간 여행을 통해 바꾸어놓고 싶었지만, 현재의 그는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현재의 삶에 충실할 때 가장 행복하단 걸 깨달아서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빌런과 퀴어(queer) 사이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