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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속의 동화

설화를 이용해 영화 만들기 3

by 꼭그래

중국신화적 이야기


중국의 설화가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지만 남성신화적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장예모 감독은 귀주 이야기같은 여성신화적 영화를 만드는 감독중 한 명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여성의 고난 극복의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 "한 사람도 부족해서는 안돼"다.


한 사람도 부족해선 안돼. 一個都不稜少, not ones less, 한 사람도 부족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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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의도와 관객의 해석이 다를 수도 있다.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장예모 감독의 <한 사람도 부족해선 안돼>가 그렇다. <붉은 수수밭>으로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데뷔작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장예모의 영화들은 중국 사회의 구습舊習과 현실을 비판한다. 중국의 하방下放제도로 시골로 보내졌던 농업노동 경험과 7년간 방직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그의 영화에 영향을 받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1999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 사람도 부족해선 안돼>도 중국 시골 학교와 아이들의 가난한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다. 하지만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은 <한 사람도 부족해선 안돼>에서 다른 것을 보게 된다.


하방下放 : 문화 대혁명 시절에 중국 관료들의 관료주의와 종파주의를 없애기 위해 사람들을 시골로 보낸 운동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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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마을에 대리 선생으로 13세의 웨이 민쯔가 마을 학교로 찾아온다. 한 달 급여 50위안을 벌기 위해서다. 지금의 환율로 따져보면 한국 돈으로 8600원 정도다. 아마도 개혁과 개방을 하던 시절인 듯하다. 마을 촌장은 학교 선생인 가오 엔만에게 대리 선생을 데려왔다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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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병환으로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된 가오 엔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너무 어린 웨이를 바라본다. 더 배워야 할 나이에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웨이를 믿을 수는 없었지만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하는 가오는 어쩔 수 없이 웨이에게 아이들을 맡긴다.


촌장에게는 가오 선생에게 급여를 받아내라는 말을 들은 웨이는 그가 떠나는 아침에 그를 다급히 찾는다. 가오는 돌아오면 주겠다며 약속하고 또 하나의 약속을 더한다. 한 달 후에 지금의 28명의 학생들이 그대로 있으면 10위안을 더 준다 말한다. 그래서 제목이 “한 사람도 부족해선 안돼”다. 그리고 이 약속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다.


가오 선생이 떠난 학교에 찾아온 촌장은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화를 낸다. 아이들을 교실로 들어가게 한 담음 촌장은 웨이를 대리 선생님으로 존중해 줄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학교의 문제아인 장휘거는 자신의 이모 같다며 웨이를 선생님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촌장의 불호령으로 학생들은 대리 선생인 웨이를 받아들인다. 여기까지 영화를 보다 보면 중국 사회의 권력 의존과 남성의 권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너무 성급한 생각이었다.


칠판에 글자를 적어 놓고 받아 쓴 아이들만 교실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며 교실 안에 가둬 놓고 웨이 만이 교실 밖에서 햇빛을 받는다. 중국의 문화대혁명기에 인민공사의 생산대에 소속되어 후방 제도에 의해 시골로 갔던 감독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순수했지만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문화 대혁명을 비판한다.


매일 10여 킬로의 달리기를 하던 밍신홍을 도시의 교사들이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다. 웨이는 밍신홍을 숨기지만 촌장은 장휘거에게 돈을 주고 밍신홍을 찾아내 도시 교사들에게 데려다준다. 차를 타고 떠나가는 밍신홍을 쫓아 가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다. 다음 날 출석을 부르는데 말썽꾸러기 장휘거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장휘거의 엄마는 병든 자신 때문에 빚을 많이 져 장휘거가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다 알려준다. 촌장에게 찾아올 것을 부탁하지만 거절한다. 그래서 웨이는 직접 장휘거를 데려올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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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가기 위한 차비를 계산하니 9위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나른다. 벽돌공장 사장은 아이들을 쫓아내지만 웨이와 아이들은 벽돌 나른 값을 달라한다. 벽돌공장 사장은 웨이의 사정을 듣고 일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


필요한 9위안보다 많은 15위안을 받아 든 웨이와 아이들은 가게에 들어가 한 캔 3위안인 콜라 두 캔을 사서 나눠 마신다. 경제적 혜택을 조금씩 받는 중국 시골의 상황을 담아낸 것이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확인해 보니 편도만 20위안이었다.


다시 교실로 돌아온 웨이와 아이들은 벽돌을 더 나를 것을 생각한다. 필요한 돈을 만들려면 40위안, 그리고 그 노동력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이었다. 여기서 장예모는 도시는 철저히 계산된 곳이며 가난이 도달할 수 없는 곳이라는 자기 생각을 넣었다. 순박함과 가난이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가려면 편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들이 도울 테니 차라리 버스에 몰래 탑승하라 한다. 아이들이 버스 승무원을 정신없이 만들어 몰래 타기는 성공하지만 조금 가다 걸린다. 버스에 강제로 내리게 된 웨이는 걸어가기도 하고 누군가의 경운기를 타가며 도시에 도착한다.


장휘거가 있다는 곳을 물어 물어 찾아가지만 장휘거를 데리러 갔던 웨이 또래 아이는 장휘거가 역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당을 준다는 조건으로 장휘거를 잃어버린 아이와 역으로 향한다. 찾아보지만 없자 아이는 방송으로 장휘거를 찾아보자고 한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웨이가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전봇대에 붙은 벽보가 눈에 띄었다. 가진 돈 전부인 6위안으로 잉크와 종이를 산다. 그리고 밤새 장휘거를 찾는다는 글을 적는다. 아침이 되자 누군가 웨이의 벽보를 보고는 쓸데없는 일이며 지금은 소용없다 말한다. 꼭 찾고 싶으면 방송국으로 가보라 한다. 방송과 벽보는 중국의 문화 대혁명과 개혁개방의 목소리를 높였던 권력자들의 말이 더 이상 중국의 인민들에게 소용없다는 장예모의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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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은 가난으로부터 통제된 곳의 상징처럼 웨이를 차단한다. 자신을 증명할 수 없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방송국에서 며칠을 광고국 국장을 기다린다. 국장은 소문을 듣고 안내원을 야단치며 웨이를 찾는다. 국장은 광고가 아니라 “시골 학교의 현실”이라는 뉴스에 웨이를 출연시켜 장휘거를 찾게 한다. 시골의 현실에 도시인들이 눈을 뜨게 하려는 이 영화의 목적이 담긴 주제이기도 하다. 웨이는 눈물을 흘리며 카메라를 향해 장휘거에게 돌아오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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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음식점에서 설거지하며 끼니를 때우던 장휘거는 식당 사장이 웨이의 방송을 보게 되고 장휘거가 웨이가 찾는 아이임을 직감해 장휘거가 방송을 보게 한다. 방송국 사람들과 함께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자 아나운서는 장휘거에게 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


장휘거는 도시에서 “구걸”했던 것을 절대 잊을 수 없다 말한다. 장예모는 중국 시골의 현실, 시골 사람들이 도시로 일하러 가는 것은 구걸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장휘거의 말에 담았다. 학교에 도착한 웨이와 장휘거를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장휘거의 빚은 기부금으로 탕감됐고 부족했던 학용품들도 넉넉해졌다. 그리고 웨이는 아이들에게 칠판에 각자 한 글자씩 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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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모인 글이 이야기가 되는 곳.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말을 할 수 있는 곳. 그런 중국이 되기를 장예모는 희망하며 영화는 끝난다. 중국의 시골 현실을 고발하는 “한 사라도 부족해선 안돼”였다. 중국의 현실을 비판한 이 영화를 아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해석이라기보다는 감정을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 영화가 된다.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영화의 이해


서사가 고난 극복형의 신화적이다.


한국에서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로 제목이 바뀌었다. 중국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를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동화책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에게 읽힌다. 그런데 동화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서사의 구조가 매우 신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13세 어린 웨이가 아이들과 친해지고 장휘거를 찾아가는 과정과 극적인 성공담은 신화의 이야기와 매우 닮았다. 한국의 “바리공주” 와 그리스 신화의 “Psyche, 프시케” 이야기와 무척 흡사하다는 점이다. 옛이야기를 현대적인 이야기로 만든 것처럼 관객에게 보인다.

향수를 자극한다


처음 웨이에게 주어지는 하얀색 분필은 의미 없이 잊힌 공간에 넣어 두었던 옛 추억들을 영화 종반에서는 색분필이 등장해 선명하게 채색해 주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장예모가 흰색 분필과 색분필을 영화에 넣은 이유는 희미하게 잊히는 시골의 현실을 도시인들이 선명하게 들여다 보라는 의미로 넣었겠으나, 정작 관객들은 자신들이 잊고 지내면서 희미해져 가는 어떤 추억을 선명하게 채색하게 한다.


누군가와 숨바꼭질하며 놀던 시절과 웨이와 아이들이 칠판에 글자를 쓰는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하늘, 행복, 물, 이름, 성실, 꽃 그리고 장휘거가 적은 “웨이 선생님”. 어느 하늘 아래에서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잊힌 어린 시절의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열심히 일하던 부모님들과 길가의 꽃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선생님. 영화는 그래서 영화 안의 것이 아니라 마음 어느 한 구석에 옛 일기처럼 유치하지만 그리움을 찾아가게 한다. 어른의 크기가 하늘 같았던 옛 시절로.


영화는 꼭 감독의 의도대로 해석할 필요 없다. 생산자인 감독이 소비자인 관객의 해석을 잘못되었다 할 수는 없다. 어떤 책을 구입해 읽지 않고 라면 냄비 받침대로 사용하든, 콜라를 마시든 자동차 유리막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다. 그래서 영화는 늘 의도대로 해석되지 않기도 한다. 어쩌면 장예모 감독 또한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향수 코드를 넣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주제에 벗어나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 사소함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많은 영화 음악들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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