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화의 세계, 굿!
무왕의 신화에서 바위 설화, 인도∙불교설화, 동물과 인간 설화, 그리고 도깨비 설화까지 신에서 하강해 인간의 공간으로 이동해 왔다. 마을은 물리적 공간 이전에 의식적 공간이어야 했다. 그래서 마을 초입에 서낭당을 짓거나 돌탑을 세우고, 마을에 들어서는 길 양편에는 장승을 세워 악귀와 액운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도깨비를 통해서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할 흉측한 마음을 마을 밖으로 내보내고, 정화된 마음과 공간의 마을에 무당이 굿을 해 신을 불러온다.
신들을 불러오는 굿을 할 때 무당이 청중에게 불러올 신의 내력을 풀이해 주는 것이 본풀이라 하는 서사무가 설화(신화)다. 오랫동안 선조들의 의식세계를 구체화했던 토착신앙의 세계관을 통해서 설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사무가 설화를 접하기 전에 무속의 특징들을 알아야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무형문화재이자 한국의 무형문화재 13호인 강원도 강릉의 단오제를 통해 굿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전통주에 관한 몇 가지 사실 :
초복 후에 누룩을 디딘 술이 효모균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멥쌀로 고두밥을 찐 다음 누룩과 섞어 효모균이 멥쌀의 전분을 물과 당분으로 분해시키는 당화를 거친다. 과일처럼 당분이 처음부터 들어있는 것을 단발효주라 하고 이처럼 전분에서 당분을 분리해 내는 것을 복발효라 한다.
밑술과 덧술
한산 소곡주를 예로 들자면, 누룩과 멥쌀의 고두밥으로 밑술을 만들고 이 밑술에 찹쌀과 누룩의 덧술을 밑술에 더한다. 그래서 이양주라 한다. 덧술을 더하는 이유는 당분을 많이 얻어 높은 도수를 얻을 수 있으며 술맛이 좋기 때문이다. 밑술을 주모라 하는데, 주모와 같은 재료로 덧술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다른 재료로 한다.
한국의 주세법酒稅法은 도수가 높은 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덧술은 대개 두 번하게 된다. 이강주, 소곡주, 안동소주 등의 전통주의 경우는 덧술을 한다. 덧울을 여러 번 할 경우에는 맛과 도수가 좋아지지만, 제조기간과 세금 문제 때문에 많이 하지 않은 상황이다. 막걸리의 경우에는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막걸리는 완전히 발효가 끝나기 전에 걸러내어 맛이 떫다. 단 맛은 감미료를 넣어 완성한다. 강릉 단오제의 신주는 막걸리 제조 방법과 같다. 단오제에서 사용되는 신주는 칠사당에서 제조한 그대로를 단오당에서 사용하는 것과 양조장에서 감미료를 넣어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두 종류다. 단오제에서 사용되는 신주는 아직 익지 않아 맛이 떫다.
신주 빚기
조선시대 관아의 부속 건물이었던 칠사당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액을 막는다. 음력 4월 5일 조선시대에는 강릉의 관에서 받은 쌀로 신주를 빚었지만, 지금은 강릉시장이 주는 쌀을 받아 무당이 쌀에서 부정한 것들을 나가게 하는 부정굿을 한 다음, 그 쌀을 칠사당으로 가져가 신주를 빚는 것이 단오제의 시작이다.
4월 15일에는 대관령 산신당에서 산신인 김유신 장군에게 유교식 제례를 올린다.
단오제의 주신이자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에게 유교식으로 제를 올린다.
대관령 국사성황인 범일국사가 하강하여 들어갈 신체인 신목을 벤다. 신목인 단풍나무를 베기 전에 국사성황사에서 무당이 부정굿을 한 뒤에 신목을 베어 가져오면, 대내림으로 하강을 청한다.
신목에 들어간 국사성황을 모시고 대관령을 내려온다.
범일국사가 태어난 곳이라 해서 구산리에서도 범일국사를 모시는 당이 있는데 최근에 이곳에서 성황제를 치르고 난 뒤에 단오장으로 향한다.
범일국사를 학이 보호해 주었다는 학산리에서도 범일국사의 당이 있다. 이곳에서도 성황제를 올린다.
대관령 국사 여성황사
정씨 소녀를 데려가 범일국사와 혼례를 올린 날이 음력 4월 15일 이기에 이곳에서 5월 3일까지 범일국사가 모셔진다.
단옷날 단오장에서는 범일국사를 모실 곳에 부정한 것들을 없애는 지신제를 한다. 국사 여성황사에서 단오굿당으로 향하기 위해 영신제를 한다. 국사 여성황사의 친정집인 경방댁에서 치제를 올린다.
영신행차
지금의 강릉병원을 근처에서 영신행차가 시작되고 단오장의 굿당 제단에 신목을 모신다.
조전제
음력 5월 4일부터 8일까지 단오제 기간 동안 아침에 신에게 인사드리는 조전제朝奠祭가 단오 굿당에서 거행된다. 강릉지역의 안녕을 위해 서기 때문에 시장, 국회의원, 경찰서장 등 지역의 기관장들이 참석합니다. 지역공동체에서 치르던 무속적 제례에 국가가 주도하면서 유교식 제례를 더해져 전해지고 있다.
칠사당에서 음식을 준비하시던 분들이 조전제의 제례 상의 음식을 차리고 제례 절차를 진행하다. 기관장들과 단오굿 공연을 할 무녀와 악사까지 조전제에 참가한다. 조전제가 끝나면 단오 굿당에서는 굿이 행해지고 단오장 안에서는 씨름, 머리 감기, 그네타기 등의 놀이가 진행된다. 단오 굿이 시작되기 전에 관객들에게 떡과 신주, 그리고 제례에 사용된 음식을 나눠준다.
굿이라는 말의 어원이 정확히 어디에서 연유한 말인지 알 수 없다. 장구, 징, 꽹과리 등의 악기들의 소리 모음을 굿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그 소리에 염원을 담는다 하여 굿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다양한 설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굿판에서 무녀와 악사 관객들의 모든 행위들이 굿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강릉단오제가 언제부터 있었는지에 관한 기록으로는 조선 초기의 문인 남효온(1454년~1492년)의 추강냉화에서 5월에 무당들이 산신제를 지낸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기에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어왔음을 알 수 있다. 강릉 지역민들은 그 시기를 고려 태조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 강릉의 향토지 임영지에는 왕건의 꿈속에 두 신이 병졸들을 이끌고 나타나 구해주는 꿈을 꾼 뒤에 대관령 산신제를 올린 뒤에 견훤과 싸워 이긴 뒤부터 대관령 산신제를 계속 올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강릉 지역민들은 단오제가 천년 제례의 전통을 이어 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조전제가 끝나고 제관들과 관객들이 음식을 먹고 난 뒤에 굿이 시작됩니다. 신을 만나기 전에 굿판에 모인 사람들의 모든 부정을 물리는 부정굿을 한다. 그다음의 굿은 하회 동참 굿이다. 하후 굿이라고도 하는 하회 동참 굿은 모셔온 범일국사성황신과 여국사 성황신을 화해시킨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두 신을 화해시켜야 굿의 기운을 잘 받으라는 의미다. 그다음은 조상굿이다. 굿판에 모인 사람 모두의 조상신을 모셔와 조상신의 한을 풀어주고 저승에서 편안하기를 바라는 굿이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날 그날 무녀의 건강이나 기분에 따라 다양한 굿이 행해진다.
굿 당에 모인 관객들뿐만 아니라 강릉 지역민 모두와 강릉의 안녕을 성황신에 비는 축원 굿이다. 축원 굿은 무녀가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굿으로 스승과 제자 모두 번갈아 가며 한다. 특히 주요 굿에 앞서 다음 굿을 준비하는 무녀의 휴식시간이 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무녀만 바뀌며 축원 굿을 하기도 합니다.
화랭이, 양중이라 불리는 세습무가들의 악사들은 중잡이굿을 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무녀들이 쉴 시간을 마련해주는 공연이다. 관객 속에 도둑이 있는데 관객들이 내놓은 물건들 중에 자신들에게서 훔친 물건을 찾는 내용이다. 그래서 도둑 잡이라고도 한다.
축원의 뜻을 무녀가 받아 종이에 담아 성황신에 태워 보낸다. 각 굿에서도 이렇게 축원의 말을 각 굿에 따라 모신 신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무녀가 한다. 대신해주는 대가로 축원자는 술이나 떡과 같은 음식이나 곡식을 제례음식을 놓았던 제단에 올리거나 무녀에게 현금을 준다.
굿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굿은 없지만 그래도 신神 중에서 주요 신神을 모시며 무가와 춤, 연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굿이 있다. 연기와 춤, 노래가 오랜 숙련이 필요하기에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어린 무녀들 보다는 경험 많은 무녀가 담당한다. 또한 사람들의 호응도도 어린 무녀보다는 숙련된 무녀가 더 높다. 그래서 숙련된 무녀가 굿을 할 경우에 더 많은 축원자가 찾는다. 숙련된 무녀의 굿에는 신에 바치는 재물의 양과 액수도 차이가 난다. 무녀가 모든 굿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중요한 굿 하나를 오랫동안 연습해 공연하기도 한다.
무녀가 사용하는 도구
고깔과 쾌자락
굿을 하면서 무녀들은 각기 다른 도구를 사용한다. 머리에 고깔을 쓰는 것은 신을 청해 오는 청신과 신을 즐겁게 하려는 오신에 사용된다. 또 쾌자락(옷자락)을 붙들고 추는 춤 또한 오신적 기능이다.
부채와 수건은 청신, 오신, 그리고 신을 떠나보내는 송신에서 사용됩니다. 손님굿에서 마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청신, 오신, 송신까지의 기능이 필요한 손님굿에서 주로 사용된다.
잡귀를 물러가게 하는 신칼은 대부분의 굿에서 사용한다.
어포는 잡신을 어르는(달래는) 때에 사용한다. 신 칼과 어포로 잡귀를 어르고 혼내는 장면이다.
꽃, 육모 초롱, 탑등
무녀의 춤 중에서 가장 화려한 춤은 단오장 위에 걸려있는 탑등과 초롱, 그리고 제단에 놓여있는 꽃들을 가지고 추는 춤입니다. 송신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단오제의 마지막 절차인 송신에 사용됩니다. 이곳 단오장에서 송신 춤인 꽃노래 굿, 뱃노래 굿, 등 노래 굿이 펼쳐지고 있다면 대관령 산신당과 성황사에서는 부정 굿을 하고 있다. 같은 곳에 모두 있을 수 없어 안타깝게도 이곳 단오장 송신제 공연은 볼 수 없었습니다. 가장 화려한 춤들을 모아 굿 위드 어스라는 공연을 따로 하고 있습니다.
<굿 위드 어스(gut with us)의 공연장면>
대관령 산신당과 성황사의 청신 굿
저 멀리 강릉 단오 굿당에서 세습무들이 송신제를 하고 있으면 이곳 대관령 산신당과 성황사에서는 강신무들이 부정 굿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신을 강신하는 무당들입니다. 다시 돌아오는 신들을 위해 이곳을 정화중이다. 서낭 신목神木 에게도 굿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굿이 끝나면 저 멀리 단오장에서는 송신送神을 하게 된다.
단오제 동안 모셨던 신목을 포함해 등과 꽃들을 태운다. 대관령 산신당과 성화사로 산신인 김유신과 성황신인 범일국사를 돌려보낸다. 강릉 단오제는 끝난다.
신화하면 그리스 신화를 떠올린다. 그리스 신화들도 이렇게 노래나 연극의 서사로 살아남아 전해진 것이다. 무속을 미신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땅의 신화가 어떻게 생성되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 알게 해주는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다. 지금까지 그것을 보존하고 계승하고 있는, 신과 인간이 만나는 강릉단오제였다.
무당이 굿을 하면서 신의 내력을 말해 주는 것을 "본풀이"라 한다. 출생과 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본풀이를 통해서 여성신화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