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내 생일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시끄럽다면 시끄럽고, 변동이 많았으며, 불안정한 올해에 내 생일이 왔다. 내 생일이 오면, 올해의 끝자락도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일이 끝나고 쉬는 날 멍하니 카페에 앉아 허브티를 마시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한다. 생일은 내 인생에 마치 허브티와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주는 이들이 있는 가하면, 어제까지도 웃으며 이야기했던 이들에게서는 깜깜무소식이었다. 누군가의 인정에 매달리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라도 되고 싶었던 어제. 생일인 오늘이 되면 그 누군가는 '생일에 축하 인사를 할 정도는 아닌 사이'만 될뿐이었다.
내 주변 사람들의 존재감에 대해서도 더욱 실감하는 날이었다. 혼자 보내서 어떡하냐는 안쓰런 안부인사도, 우리가 같이 생일 맞이한지 10번째란 말도, 당연하게 보내 놓은 선물도. 새삼스러운 감동이 이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헛살진 않았네'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날이었다.
직장을 다니던 중 맞는 생일은 처음이었다. 약속은 없었다. 끝내주게 나랑 놀아야지, 하며 신나게 밖으로 나갔다. 혼자 규카츠를 먹고, 귀멸의 칼날 극장판을 보고 (개대박쌉존잼진짜미쳤고대박임), 저녁으로 축배를 들며 치킨을 먹었다. 행복한 한편으로 외롭지 않은가 싶으면 울리는 휴대폰에 그 외로움은 금세 떨쳐졌다. 들어오는 전화를 받으면 공백은 금새 사라졌다.
어떤 때에는 세상만사 혼자다, 싶다가도 주변에 들리는 사람소리가 그리운 것도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혼자 공상에 빠져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생일에 이렇게 선물을 받고, 축하를 받아도 되는 사람일까? 그런 자격이 있을까. 이들에게 나는 그런 자격이 있는 사람인건가.
직장에서 받는 인정이 마치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 것 같을 때가 있다. 직장에 속해져 '1인분'이라는 것을 해야 나는 살아도 되는 것 같았다. 그 위험한 경계선이 생일날 내 눈앞에 있었다. 태어나줘서, 옆에 있어줘서, 그저 수다를 떨어줘서,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말들이 나를 건들었다.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당연하고, 1인분을 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살아도 되는 인정같다는 건 아주 위험한 마음이지.
그저 단순히 옆에 있어줘 고맙다는 말로도 마음이 차는데,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