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by 이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며, 직장기에 올 한해의 일기를 올립니다.










2025년


생각해보면 올해 '첫'이 붙는 일들이 꽤나 많았다. 첫 직장, 첫 직장 동료, 첫 퇴사, 첫 소개팅 등등. 올해 뭘했는지 곰곰히 생각하다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을 타던 시간이 참 빨리도 갔다.


첫 직장에 입사했던 1월~3월까지를 되돌아봤다. 그때의 기분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설렘과 두려움, 꿈이 공존하던 그 감정은 아마 앞으로도 느껴보지 못할 것이라 자부한다.

입사하고 늦은 새벽 출근하던 그 기분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설렜다. 원하던 직장, 앞으로 펼쳐질 무궁무진한 내 가능성을 그리며.

더불어 나를 과신하여 자기 연민에 빠졌고, 능력이 딸리게 되면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까지 뼈저리게 느꼈던 경험이기도 했다.

영영 무서웠고, 가장 많이 울었던 나날로 남을 것 같던 그 때는 몇달 지나 가장 값진 경험이 되었다.

가장 많이 들었던 1~3월의 playlist

Lisa - Dream




4월, 5월은 다시 일어났던 시기였다. 그때의 내가 알았던 건 앞으로도 아주 중요한 마음이었다.

혼자가 아니고, 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란것.

주변에서는 너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때라고 말했다. 나였으면 그만두고 몇달은 까무라쳤을 텐데 일주일 지나서 전국에 병원 면접을 다니던 널보고 놀랐다고. 그때 교통비로만 100만원 넘게 썼으니...그럴만 했다.

지금 있는 병원의 면접을 보고, 그 날 당일에 출근 날짜까지 받았던 날.

다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며 추스렸다. 여전히 무서웠고 여전히 두려웠던 나날이었다.

첫 실패뒤 다음의 도전이 또다시 성공일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게된건 도전뒤 성공과 실패는 없었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꾸준히 노력해야 하냐, 그것 밖에 없었다. 병원 생태계는 버티는 자가 승자라는 것을 깨닳았기 때문이다.

입사후 근 3달은 9월까진 하루 4시간, 5시간을 자며 무섭도록 공부만 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나에게 공부는 느꼈던 절망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는 오기였다.

더불어 후회했다. 아, 첫 병원에서도 이렇게 공부했다면 버텼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괜찮아. 이게 끝이 아니니까.


가장 많이 들었던 4월~9월의 playlist

이클립스 - you and I





10월~12월

이때부턴 병원에 적응하고, 슬슬 다시 나에게 초점이 맞혀지기 시작했다. 내가 잘 살고 있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직장은 어떻게 계획을 세워서 천천히 올라가던 하면 되지만 그외의 내 삶은 어떠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직장 사람들과 어느정도 섞어 들어 괜찮고, 속 마음을 터놓을 지인들도 있고, 언제든 돌아갈 집도 있다. 연봉도 사회초년생치고는 괜찮고, 지금 사는 원룸도 깨끗했다.

적어도 괜찮은 삶이었다.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때도.

나는 뭘 원할까?

그러다보니 내가 뭘안하고 살았는지, 놓쳐왔던게 뭔지 고민이 들었다.

아, 연애를 안하고 살았군.

11월~12월 중순까지는 연애해보겠다고 소개팅하고 머리하고, 옷사고. 몇 없는 쉬는 날에 머리하러가고, 백화점가서 옷사고, 속눈썹 펌에 얼굴 제모에 뷰티 벼락치기를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즐기기 시작했다. 꾸며지는 대로 꾸며지는 내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사고 싶었던 옷들, 가방, 구두, 화장품을 사고 싶은대로 사니 좋았다.

하지만 소개팅은 결국 꽝이었다. 3주연속 소개팅으로 나온 남자들이 별로였던 건 아니었지만 잠깐의 만남 뒤로 연애할만한지 안한지 판단하는 건 내 성미와 맞지 않았다. 신중하다고 하면 신중한거고 복에 겨웠던 거라면 복에 겨운거였다.

이때 알게된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지였다. (물론 성격이 성격인 만큼 내가 동성도 좋아하나 고민도 해봤는데, 남자를 좋아하는 건 맞는거 같다)

적어도 옷을 깔끔하게 입고,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내가 '괜찮다' 생각하는 범주에서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를 보편적인 여자의 범위에 맞춰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로서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심적으로 본인을 터놓고 고민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나와 정서적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면 좋겠다.

눈이 높구나, 나. 그것도 엄청.

가벼운 연애는 물건너 갔군... 그렇게 생각하면 작게 웃었다. 뭐, 그럴 것 같았어.

더불어 누가 나 좋다고 하면 나도 자연스레 좋아질 줄 알았다. 거기다 나는 나름 결핍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면 소모적인 연애도 할 수 있겠다고 싶었는데, 아닌것 같다.

나는 혼자있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 사람을 위해 혼자의 시간을 빼서도 만날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거 보면 확실했다. 그런 생각도 못할 사람을 만나던가 그런 생각을 이길 사람은 만나야했다.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는 게 더 좋은 사람이 있을까?


이때 가장 많이 들었던 10~12월의 playlist

DAY6 - 아직 거기 살아






올해가 지나가려나, 싶을 정도로 길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힘들었지만 나답게, 긍정적으로, 진지하게 일어났다.

올해의 마지막은 제주에서 잘 마무리해보려 한다.

2025년 올해의 일기를 바닷가의 카페에서 쓸 수 있어 감사하다.

힘들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여태 있었던 일들을 남길 수 있었던 브런치에, 그리고 내 글을 읽고 공감해줬던 사람들에게. 부디 올 한 해가 가치있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한명 한명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라는 걸 알기를 바라면서. 아무리 작은 마음이었다고 해도 아무리 작은 선의였다고 해도 당신들의 작은 공감들 하나하나가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수록 보듬아주는 사람들에, 되려 사람이 좋아지는 사람으로서.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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