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대하다

by 이곤









이곤님은 본인한테 관대한거 같아요


내가 보니까 니 문제는 너한테 너무 관대한거야


넌 너한테 관대한 거 같아






올해 들어 듣기 시작한 말이다. 마음이 문들어지는 걸 경험했던, 첫직장에서도. 시절인연들에게서도. 나는 허허 웃으며 사람좋게 넘어갔다. 그럴땐 긍정하며 '저는 절 사랑하니까요'하고 웃어넘기면 대체로 열에 아홉은 같이 웃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옛날 밈이 떠올랐다.



영화 '300'의 나는 관대하다 밈


목소리를 깔고 나는 관대하다...하고 중얼거려보고 싶었다.



물론 첫직장에서 이 말을 들었을땐, 의문과 두려움 뿐이었다. 경직되고 싸늘했던 그 분위기에서 나는 울음을 참았다. 이렇게 내가 싫고 원망스러운데 뭐가 관대하다는건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내가 공부하지 않던 시간의 합리화가 대체로 그런 류의 것들이었으니까.


할땐 제대로 해, 라고 말하며 해야할 순간을 기다리며 편히 쉬는 순간을 누리던 나였으니까. 그런건 없었는데. 순간은 없고, 결과만 있었는데.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했으니 모든 게 과장되어 보였던 것 같다.


쨌든, 왜 난 이런 말을 듣기 시작했을까.


근 며칠 멍하니 생각해봤는데 가장 타당한 이유에 다달았다. 난 내 에너지가 어디까지 인지 가늠해보고 놓을 건 놓는 것 같다.


강박적으로 할 수 있겠다 싶은 건 전부 매달리다 번아웃 되는 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고 마음 놓고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도 알아버려서. 제대로 쉬는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아버려서 그런 것 같다.


공부하러 카페에 오는 게 아니라 멍하니 창가에 사람 지나다니는 걸 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힘든 일이 끝나자마자 오늘은 무슨 공부를, 운동을 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무슨 드라마,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일어나야 겠다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라 멍하니 침대에 누워 맑은 창가를 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아버려서.


내 그나마의 특기였던, 치열함을 잃어버린 걸까.


제법 치열했던 순간들도 있었던 거 같은데. 나는 지금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거 아닐까. 지금이 편해서 성장을 멈춘건 아닐까. 이렇게 60년 살 수 있겠냐 물으면 조금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여버릴 것 같다.


나는 에너지가, 그릇이 이렇게 한정적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뭐 예쁘고 단아한 찻잔이 될 수는 있겠지'하며 끄덕였다. 찻잔이 뭐 어때서.


그런데 내 장래희망은 옹기인데. 크고 장을 담아 몇백년을 묵힐 수 있는 옹기. 할 수 있는 방법과 계획은 머릿속에 착착 짜지긴 하는 데, 지금 생활을 놓아야 되는 건 확실했다.


여유가 생긴 거 아니냐고 하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걸.


내년에 결과를 보는 게 목표라면 지금부터 계획을 짜면 딱인데....고민을 좀 더 해봐야 겠다.



내가 불피우고 싶을때 불피우면 되는 거지.


순간을 놓치더라도, 후회는 내 몫이니까.


관대한게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아니까 거기까지 하는 거라고 하면 재수없어보일 것 같다.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적당히 하기 시작한 내 마음가짐이 이런 생각들에 이유인 것 깉다.






번아웃들과 사람들의 말에 받은 상처가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내가 나한테 관대하다니, 깜짝 놀랐슴다.

실상은 전혀 아닌데.


다시 앞으로를 향해 더 나아가고 싶단 마음이 드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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