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설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곤 Nov 29. 2024

아이돌 폭로 (1)

단편소설

























안녕하세요 아이돌 A 씨입니다. 이번 IK 인터뷰 '아이돌이 아닌 나'의 첫 번째 주자가 되었습니다.


저희 직업이란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죠. 한두 마디로 휘청 ~ 하니까요.


(A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예를 들어 달라고요?


음, 그럼 댓글 아무거나 여기 영상에 달린 거 읽어 주시겠어요?


(A가 조회수 50만 영상을 나에게 내밀었다. 가장 상단에 있는, 좋아요 1.5천 개가 눌린 댓글을 읽었다)


'B는 생긴 게 꾸준하게 롱런할 상이네 ~ 반면 A는 뭔가 사고 한번 칠 거 같음'


난 롱런 못하겠네요.


'나는 A처럼 너무 인간미 있으면 싫더라. 이미지 관리 못하는 것 같고'


저는 인간이라 힘드네요.


하하.... 뭐, 좋게 좋게 생각하려 하고 있어요.


그럼 본인이 가진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요?


음.... 제 직업은 신기해요.


사람들이 우러러보죠. 그런데 제일 쉬운 사람이 또 나예요. 소비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게 사람들이거든요.


아, 그리고 너무 과해서도 안되고, 너무 얌전해서도 안 돼요.


인생에 죄도 지으면 안 돼요. 그냥 자잘 자잘 흔히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그런 일들도 저희한테 있으면 안 돼요. 왜냐고요?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뚱뚱하면 안 돼요.


마르면 안 돼요.


예, 뭐. 힘들죠. 피디님도 주변에 다른 아이돌 분들 많이 보셔서 잘 아실 텐데요.


아, 맞다. 그리고 매력이 없으면 안 돼요.


정확히 어떤 매력이냐고요?


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어야 해요. 말로 표현 못하는, 보이지 않는 매력은 우리에게는 존재하지 않아요.


힘들어 보여요?


그런 것들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요? 사람들 말에 너무 휘둘리면 내 인생 못 산다고요?


(갑자기 아이돌 A가 나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너처럼 멍청하고, 흔한 말들 명언처럼 뱉고 다니는 애들이 꼭 주변에 하나씩 있더라. 니 같은 애들이 주변 물 흐리는 거야.


(놀라 멍한 나에게 A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 웃었다)


어때요. 신경 안 쓰여요?


난 이런 말 수백 개, 수천 개씩 들어요. 뭐, 그것도 감사해야 하는 입장이죠. 욕도 관심이니까. 칭찬을 들을수록, 욕도 먹는 거니까.


그렇죠. 알아요.


그런데 사람이란 게, 그렇잖아요?


상처 하나 생기면 칭찬 수천 개를 쏟아부어도 안 낫잖아요. 저희는 더 그래요.


여기 쇼츠에 있는 댓글들 한번 더 읽어 줄래요?


(A가 휴대폰을 켜 70만 뷰 조회수의 직캠을 나에게 내밀었다. A에 대한 호평과 함께 악플이 가장 많이 달린 영상이라고, 사전에 작가가 언질을 줬던 영상이었다. 난 상단부터 하나씩 읽었다)


'중소에서 이번에 볼만한 애들 나왔네. 더 떴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응원이었죠.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춤을 췄어요.


'비율이 너무 안 좋다. 팔다리는 긴데, 너무 마름'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벌크업 개 열심히 했네. 아 근데 아직도 자기 스타일 못 찾은 거 같아서 아쉬움'


이 샵, 저 샵 컨택하고 디자이너들이랑 여러 번 미팅했어요.


'노래도 잘하기는 하는데, 춤까지 다 춰야 아이돌 아님?'


잠자는 시간을 줄였어요. 2시간씩 자면서 연습실에 박혀 있었죠.


'춤 많이 늘었더라. 더 잘생겨진 듯? 매력은 모르겠다만....'


(나는 읽다가 이상해 미간을 찌푸렸다. 이 모든 댓글이 영상 하나에 있었다. A에게 이건 그냥 다른 사람이 각자 다르게 평가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렇죠. 한 영상에 어떤 댓글은 잘생겼다, 어떤 댓글은 못생겼다.... 신기하죠? 제 영상에 유독 그런 댓글이 많아요. 근데요, 피디님.


(A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상해도, 제 눈에 들어온 글들은 이미 저예요. 그 사람들이 나 이런 사람이라 칭하면, 나는 이런 사람인 거예요. 그게 제 직업이잖아요. 아니에요?


(나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방금 전 매력에 대해선 어떤 노력을 했냐 물었다)


..... 매력에 대해선 뭘 했냐고요? 거울을 들여다봤죠.


내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부족하나. 한참을 봤어요.


눈썹 모양, 입술 모양, 콧 망울의 위치.


소속사에서도 은근슬쩍 묻더라고요. 성형랑 미팅 잡아줄까? 하고. 솔직히 은근쓸쩍 물어준 것도 감사해야 해요. 어떤 곳은 이력서에 '고쳐야 함'하고 표시해 두고 영문 모르게 로봇이 공장 가는 것처럼 데려간다고 하더라고요. 편의를 봐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감사해야 하고, 그래야만 하고, 그래야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분위기가 또다시 가라앉았다. 나는 시계를 보고 A에게 끝을 알렸다)


아, 이번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는 건가요?


예. 다음에 뵐게요.


... 네. 피디님도요.


(인사를 하는 A의 얼굴은 묘하게 공허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