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다. 이번주는 약속도 있었고 혼자 나가 놀면서 운동도 하고 그랬다. 전부 계획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오늘, 계획 없이 생활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짐하며 어제 눈을 감았는데.
역시나. 나는 눈을 뜨자마자 버릇처럼 오늘 할 일을 나열하려 했다. 그런데 그래봤자 할 게 없었다.
오징어 게임 2 정주행 하면서 누워서 과자 먹는 게 오늘의 할 일이었다. 멍하니 천장을 보다 휴대폰을 들어 웹툰을 켰다.
볼 만한 게 없다.
1시간 동안 전에 봤던 것들 뒤적이다가 휴대폰을 끄고 일어났다. 침대에 걸터앉아 또 머엉 -.
오전 10시.
아침은 뭐 먹지.
아... 집에서 먹는 거 말고, 분식 같은 거 먹고 싶은데. 아, 김밥. 참치김밥. 맞네 참치김밥. 이거야. 와, 나는 천재. 이러면서 체크잠옷 위에 패딩을 걸쳤다. 어슬렁어슬렁 슬리퍼를 신고 동네 분식집으로 향했다.
오늘의 OOTD
김밥에 라면은 안 당기는데... 그냥 참치김밥 1줄만 먹을까... 하며 분식집 앞에 섰다.
불이 꺼져있다.
Oh No..............
좌절하며 불이 꺼진 분식집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유리창에 비친 내가 보였다. 저 맹한 여자의 얼굴에는 차마 어른으로서 내비칠 수 없는 순진한 좌절이 있다. 참치김밥에 버림받았다는... 좌절.... 흑흑...
그냥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사 먹자... 하며 뒤편의 세븐일레븐으로 향했다. 막상 들어가니 내가 편의점에 아주 오랜만에 들어왔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편의점이 2주 전 오사카 편의점이었다. 오사카에서 라멘을 샀던 기억이 꿈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삼각김밥 진열대 앞에 섰다. 망설임 없이 참치마요를 집었다. 치킨도 있었는데, 오늘 쉬는 김에 먹자! 싶어서 마일드 넓적다리도 하나 샀다^^ (편의점 치킨을 정말 좋아하지만 다이어트에 적인지라 반년을 넘게 안 먹었다. 최근에 어쩌다 한 번씩 사 먹기 시작함)
요 근래 빠진 김연우의 '이 밤이 지나면'을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했다.몇 년 전 복면가왕 배틀곡이었는데 크 ~~ 너무 좋았다.
집에 오자마자 패딩을 벗고 치킨을 에어프라이기에 넣었다. 에어프라이기는 치킨이라는 신성한 존재를 며칠이나 동일하게 유지시켜 준다. ^^♡
이번에 힘도 엄청주고 광고도 엄청 했는데, 어떤 전개일지 기대감이 올라왔다. 오징어 게임 1도 강렬했고, 소재부터가 신선한지라 뭐든 중박은 치겠지 싶었다. 흔한 전개로 간다 해도 소재부터 먹고 들어니까.
밥을 다 먹고 팝콘을 꺼내들었다^^♡
1화. 오~ 존잼. 공유 연기 미쳤다. 잘생긴 미친놈이 저런 거지. 매력 넘쳐.
2화. 정신 차리니 끝나있음.
3화. 기훈(주인공)이 뭐냐, 왜 이렇게 싱거워? 저기까지 생각을 못했나.
4화. 가장 재밌었던 회차. 참여자들 환호할 때 나도 모르게 벅찼음.
오후 2시 반. 절반쯤 봤을 때 살짝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다른 거 하다가 보자. 근데 뭐 하지. 휴대폰을 깔짝이다가 휴대폰은 하기 싫어져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생 오징어가 있었지. 오징어 튀김 먹고 싶네. 할 것도 없는데 오징어 튀김이나 만들어 먹어볼까.
본능적으로 도마와 칼을 꺼내 오징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 ㅋㅋㅋㅋㅋㅋㅋ... ) 껍질을 벗기고 오징어 입과 내장을 자르고 뼈를 빼고, 한번 더 물에 씻었다. 누가 가르쳐준 건 아닌데 대충 눈치껏 어떻게 할지는 안다. 못 먹을 것 같은 부위랑 뼈는 자르면 되는 거 아녀?ㅎ
기름에 튀길 거니 키친타월로 최대한 물을 빼줬다. 그리고 나는 기다란 ~ 오징어 튀김을 좋아해서 최대한 오징어를 길게 잘랐다,
튀김반죽을 만들고 오징어를 조물조물 섞어 무쳤다. 좋아, 완벽해. 튀기기만 하면 돼. 식당 알바 경력직이 이런 것쯤이야. 우후훗.
내가 만들었지만 팔아도 돼. ㅋㅋㅋㅋㅋㅋㅋ
바삭바삭한 오징어 튀김을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튀김은 막 나왔을 때 먹어야 맛있는데, 혼자 먹어서 왠지 아쉬웠다. 누구 나눠줄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뭐, 그만큼 내가 더 맛있게 먹자. 하면서 우물우물 입에 넣은 채 열심히 오징어를 튀겨댔다.
오징어 튀김을 수북이 다 튀기고 부엌을 재빠르게 정리했다. 오징어를 손질하고 튀기고 정리하기까지 30분이 안 걸렸다. 쩝. 시간이 가지 않았다. 오징어 튀김 몇 개를 종이컵에 담아 방으로 향했다. 태블릿을 세워두고 누운 채 우물우물 튀김을 먹으며 유튜브를 봤다. 1시간 정도 지나고 유튜브도 슬슬 질렸었다.
아, 몸에서 기름 냄새나네. 이김에 씻자. 하면서 일어났다. 에너지도 남아도니까 여기저기 박박 씻어야지...(근데 귀찮다..) 개운히 씻고 또 누웠다(원래 쉴 때는 침대와 내 등은 붙어있는 겨)
몸에서 나는 바디로션 향을 만끽하며 태블릿으로 오징어 게임 2를 틀었다.
그 자세 그대로 저녁이 되기까지 정주행을 마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시즌 2 총평: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뒤로 갈수록 주인공의 행보가 답답하고 짜증 났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하나 날고 있는 적 앞에서 주인공은 계속 걷기만 한다. 본인은 달리기라도 하는 줄 아는데, 아니다. 그렇다 해도 달리면 뭐 해? 적은 훨훨 날고 있는데. (답답)
그래도 시즌 3이 나오면 결말이 궁금하니 보기는 할 듯.
이제는 뭐 하지.
그러다 엄빠가 와서 김치찌개에 오징어튀김을 저녁으로 먹었다.
이제는 또 뭐 하냐.
할 게 없는데 할 일을 찾다가 뭔가 몸이 축 처졌다.
나는 내가 멈춰있다는 느낌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일부러 2주에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한다. 그래야 다음 날에 계속 생각하니까. 강제적인 휴식이랄까. 그래도 좋고 재밌다. 그런데 싫고 심심하다. 휴식에 이런 양가감정이 있는 사람이 또 있나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