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제목이 나온건 10년지기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아는 건 10년인데, 친해진 건 7년전부터라 몇년 지기라 해야 하는지 분분하다) 카페에 오기 전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주 한 병을 한 상태였던 터라 우리는 한창 신나있었다. 가장 스트레스 풀리는 일이 수다인 우리는 갑자기 깊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또 지금을 되짚어 보면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까먹을 거라며 같이 키득거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거대한 장점이 있다. 무거울 수 있는 고민조차 서로에게 가볍게 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시덕거리며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친구가 눈을 번뜩이며 나에게 물었다.
‘야. 너 죽을때까지 한 가지의 채소만 먹을 수 있다면 뭘 먹을거야?’
나는 고민하다가 ‘오이?’ 라고 대답했다.
오이케이끄는...안 좋아해...
나는 에스트로겐의 시기가 왔을 때 먹고 싶은 음식 한가지를 미친 듯이 고집하게 된다. 이상히도 저번 에스트로겐 시기 때에는 갑자기 오이가 그렇게 먹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저번 달 우리 집 식탁에는 오이가 계속 올라와 있었다. 오이무침과 생오이가 번갈아 올라왔었다. 그걸 듣던 친구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듯 나에게 말했다.
‘후후....야, 콩나물이 답이지’
나는 생각도 못한 채소에 그게 왜? 했다. 애초에 그게 채소였나? 하는 생각도 반사적으로 들었다. 그러자 친구는 콩나물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나열했다.
‘콩나물은 참기름, 간장이랑 밥에 비벼먹기만 해도 맛있고 콩나물 국 끓여서 먹어도 맛있고 고추장에다가 해가지고 비벼먹거나, 무쳐먹기만 해도 맛있잖아’
그 순간. 나에게 그 친구는 천재였다. ‘너....천재 아님?’ 이랬다. 당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둘 다 여전히 취기가 있었던 것 같다. 카페가 마감에 가까이 갈때라 손님이 별로 없었던 것을 다행히 여기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