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마실

금이 간 기둥들 2

by 이곤







금이 간 기둥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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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늦은 밤.


14살의 내가 아빠 차 향해 오도도도 - 달려가고 있다. 내 한 손에는 맥도날드의 갈색 봉투가 들려있고, 다른 손에는 포장된 콜라가 들려있다. 아빠가 달려오는 내가 타기 편하게 차를 움직인다. 차를 열고 아빠 옆에 탔다. 콜라를 내미니 아빠가 빨대를 꽂아 콜라를 마신다. 나도 봉투에서 아빠가 먹을 햄버거와 내가 먹을 햄버거를 꺼냈다. 감자튀김은 흘릴 수도 있으니 봉투에 있는대로 집어 먹기로 한다. 아빠가 부릉 - 다시 시동을 걸고 목적지로 향한다. 3분에 걸쳐 목적지로 다시 도착한 우리는 도롯가가 보이는 곳에 차를 댄다.


그때, 아빠 차 옆으로 엠뷸란스가 위용 - 위용 - 하며 재빠르게 지나가고 아빠와 내 시선은 그 엠뷸란스로 따라간다.


우리가 서있는 차 뒤편으로 지역 종합병원이 보인다. 아빠 차 위로 병원의 초록색 십자가 네온 사인이 비춘다. 나는 초록 네온 사인과 창 너머로 보이는 반짝이는 건물들을 보며 입에 짠 감자튀김을 밀어 넣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건 우리의 마실과 다름 없어 졌다.


굴레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엄마가 토를 하고, 할머니가 옆에서 아빠에게 병원에 데리고 가라 아우성이고, 아빠는 화를 내며 엄마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한다. 나와 동생은 그런 아빠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를 응급실에 내려주고, 아빠는 긴 시간이 걸릴거라 예상해 맥도날드로 향했다. 맥도날드 앞에 선 아빠가 카드를 내밀면 나는 메뉴를 묻고 맥도날드로 달려가 주문을 했다.


어떨 때는 한 달에 한번, 어떨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어떨 때는 바로 다다음날.


아빠와 나는 말없이 햄버거를 먹으며 어두운 창가 밖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잠에 들어 아빠와 나만 나왔던 날이었다.


엄마의 토에 병명은 없었다. 토가 나오지 않는 날에는, 화장실에 앉아 구역질을 해댔다. 어린 나는 늦은 밤, 엄마의 구역질 소리를 들으며 꾸욱 - 눈을 감고 잠에 청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엄마의 등을 두드리며 울기도 했다. 어느 날은 어디가 아픈거냐며 계속 물었고, 어느 날은 약은 먹고 있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 초연해진 어느 날에는 구역질이 들리지 않아 이제 괜찮아 질 거라는 희망과 기대하지 말자는 좌절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 번은 엄마를 따라 응급실로 꾸역꾸역 따라 들어갔다. 엄마의 증상을 들은 간호사가 온 갖 병명을 의심하며 어디가 또 아프지 않은지 물어댔다. 엄마는 전부 거기에 아니요, 라는 말만 했다. 그냥 힘없이 속이 안좋다는 말만 했다. 나는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벗어나 얼른 아빠차로 돌아갔다.


이유없는 구역질이 계속 되자, 아빠는 엄마에게 화를 내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엄마의 요리는 더 엉망이 되었고, 엄마의 시선에서 나와 동생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아빠는 10년을 넘게 일주일 중 하루만 쉬고, 6일동안 계속 정비 일을 하다보니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엄마까지 적신호가 오자 우리 집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화를 내고, 엄마는 거기에 아무말도 없이 눈치를 보고, 나와 동생은 그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어느 순간 아빠의 입에서 욕이 섞이기 시작했다. 아빠 또한 주변에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또한 의존적이진 않으나 소심하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그런 서로에게 위안이 될만한 존재가 되어주지 못했다. 엄마처럼 아빠의 화는 점차 쌓이고 쌓이고 계속 쌓이고 있었다.


어쨌든, 불행 중 다행으로 그녀의 구역질은 다행히 점차 빈도가 줄었다.


엄마가 저녁 늦게 구역질을 할 때마다 할머니가 나를 흔들어 깨우지 않았고, 화장실에 웅크린 엄마를 향해 소리지르는 아빠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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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두번째 꿈을 찾아 문예 창작과에 편입했으나 3개월만에 자퇴한 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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