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봄 Sep 27. 2023

퇴사 후, 주 2일 출근자로 살아가는 삶

휴일이 5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에 취업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루트인 줄 알았다. 직장이라 함은 월~금, 9 to 6일을 하는 곳. 졸업 후 나는 다수가 걸어가는 길로 걸어갔고, 생각보다 빠르게 취업에 성공했다. 


다들 축하해 주었다. 대단하다고 해주었다. 기분이 들떴다. 하지만 그 기분은 얼마가지 못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 나에겐 맞지 않았다. 분명 취업엔 성공했는데, 내 인생은 실패한 기분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꿈의 직장이었다. 복지도 좋았고 방학이면 단축근무도 있었다. 내가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다들 배가 부르다고 했다. 매일 아침 출근 길이 지옥인데 배가 부르다고? 지옥철을 타고 지옥을 향해 가고 있는 내 기분을 너네가 알아?


업무강도나 난이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월화수목금 매일 8시간씩 붙잡혀 있는 것이 싫었다. 그래도 어떻게 들어온 직장인데 일단 1년은 버텨보자 해서 버텼다. 1년 6개월 버텨냈다. 그래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했다.




주변의 만류, 월급의 부재, 미래에 대한 막막함도 나를 말릴 순 없었다. 나는 내 삶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이렇게 살다 죽긴 싫었다. 돈 많은 백수를 꿈으로 삼아 일하지 않고 그저 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내 시간을 내가 통제하며 살고 싶었고, '나의 일'을 하고 싶었다.


2019년, 하고 싶은 공부를 하러 대학원에 들어갔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 공부가 이렇게 재밌구나를 느꼈다. 살아있음을 느꼈다. 졸업 후 심리상담일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도전해보고 있다. 글을 쓰는 것도 하고 싶었던 일중 하나이다. 


지금 내 삶의 만족도? 최상이다. 사람은 본인에게 맞는 옷을 입고 살아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 벌써 5년째 나는 주 2일 출근자의 삶을 살고 있다. 주 2일은 센터에 소속되어서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다. 주 5일은 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수익을 조금씩 내고 있다. 


돈이 쪼들리진 않을까? 열심히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 나의 몸값을 키웠더니, 시간당 받는 돈이 달라졌다. 그래서 주 5일 일할 때나 주 2일 일할 때나 수입이 비슷하다. 하지만 삶의 질은 차이가 크다.




수요일 오전, 뜨듯한 호박팥차를 한 잔 내려서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 밖에는 비가 온다. 평일 오전의 이 여유는 실로 짜릿하다. 주 2일 출근으로 내 생계를 유지하면서, 주 5일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꽉 꽉 채워 사는 삶. 너무 좋아 기절.


꼭 주 5일 일하고, 주 2일 쉬지 않아도 평탄하게 살 수 있다. 당신도 인생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내 달력은 언제나 빨간 글씨가 5일, 검은 글씨가 2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