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봄 Oct 04. 2023

나만의 길을, 나만의 속도로.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긴 연휴가 끝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빨간 글씨 내내 쉬었더니 조급함이 몰려온다. 이 정도 나이가 되었으면 이만큼 노력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뤄놨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 추석 때 월 몇 천만 원씩을 번다는 친척 자녀분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나에게는 철칙이 있다. 쉼은 절대사수 하는 것.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낼 때는 온전히 일 생각을 접어두고 쉰다. 그래서 이번 6일의 연휴 동안 정말이지 일에 관련된 어떤 것도 하지 않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잘 쉬고 나서의 조급함이라니. 떨떠름하다. 인간은 불안과 싸우며 사는 게 필연적인 걸까?




이루고 싶은 꿈들이 많지만, 엄마이기에 따라오는 현실의 제약이 있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를 늦추는 주범이 될 둘째를 가졌다. 숱한 고민 끝에 계획하여 가진 둘째지만, 입덧이 시작되니 솔직한 마음으로 약간의 후회를 했다.


'아, 입덧이 이거였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자꾸 달리고자 하니 스텝이 엉킨다. 새로운 어떤 걸 도전하기는커녕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의 마무리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몸이 힘들어지니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첫아기를 임신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임신 중기가 되자 몸이 벌써 무겁다고 해서 경험에서 온 조언들을 얘기해 주다 앞으로 내가 겪어야 할 남은 임신과 출산의 여정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하지만, 재임신을 선택한 건 나이기에. 후회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그리고 안다. 둘째가 태어나면 누구보다 행복할 사람도 나라는 것을. 고통을 온전히 겪은 자가 마주할 수 있는 기쁨은, 그렇지 않은 자들이 느끼는 것과 다르다. 힘을 들여 산에 올라 사 먹는 라면의 맛은, 집에서 힘들이지 않고 끓여 먹는 라면의 맛과 차원이 다른 것처럼. 


천천히 이 기간을 즐길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끝까지 꿈을 놓지만 않는다면, 꿈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기에. 천천히 꿈을 닮아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나는 해낼 것이다. 내 인생을 아름답게 꽃 피울 것이다. 그리고 찬란하게 질 것이다. 매일 꿈을 향한 한 발자국을 내딛고 있기에. 나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세는 나이가 만 나이로 바뀌고 1년을 번듯한 기분이다. 만 32세의 나. 아직은 조금 미숙하고, 덜 자란 느낌의 나. 이 성장의 시기를 품으려 한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꿈꾸는 자들은 남들이 정해놓은 속도대로 가지 않아도 되고, 정해놓은 길로 가지 않아도 된다. 나만의 길을 나만의 속도로 우직하게 걸어갈 수 있다. 




나의 꽃은 어제보다 조금 더 피었다. 천천히 가도 괜찮고, 힘들 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그렇다고 게으르게 시간낭비할 내가 아님을 내가 알기에. 


속도는 아무렴 괜찮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후, 주 2일 출근자로 살아가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