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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봄 Nov 23. 2023

인생의 퍼즐링

쓸모없는 시간은 없었다.

나는 꿈이 여러 번 바뀌었다. 어렸을 때 몇 번 바뀌는 정도가 아니고, 성인이 되어서도 바뀌었다. '이게 내 꿈인 것 같아!" 확신하고 돈과 시간을 들여 자격을 취득하여 취업을 했지만 일이 맞지 않아 금세 그만둔 경험도 있었다. 나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딜 가든 다 힘드니 그만두지 말고 버텨야 한다고 했다. 한우물을 파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 나를 잘 모르는 그들의 말보다 나의 내면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애초에 나는 한우물을 파는 성향도 아니고, 맞지 않는 걸 하는 걸 매우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현재 투잡을 하고 있으며, 내 생활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때 그렇게 그만두고 나의 길을 찾아 나섰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대학에서는 영어를 전공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워낙 좋아 아동가족학을 복수 전공하며 실습 등을 진행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실습 중 내가 아이들은 참 좋아하지만 어린이집 교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영어교사를 할까도 생각하여 영어학원에서도 일을 해봤지만 잘 맞지 않았고 그렇게 최종 취업은 대학교 행정으로 하게 되었다.


행정일을 1,2년 하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계속해서 남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사회복지를 공부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을 했지만,  이 또한 실습을 하며 내가 원하는 일이 사회복지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학원을 상담심리 전공으로 갔다.


상담심리 관련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심리상담센터에 취업을 했다. 상담은 나에게 천직이었다. 업무 상의 고충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치유되며 변화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좋았다. 지금도 심리상담일을 계속하고 있고, 벌써 5년 차가 되었다.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했던 나는 교회 유치부에서 교육전도사로도 사역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예수님을 전하는 일. 정말이지 너무 행복하다. 이 일도 벌써 5년 차이다. 


1년도 일하기 어려웠던 내가 5년째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동안 나에게 맡는 일을 못 찾았던 것뿐이었다.




한우물을 파지 못하고 이것저것 건들기만 해 놔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걱정도 되었는데, 다들 하나의 퍼즐조각이 되어 나의 전체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아이들 관련 공부를 해둔 것이 교회 유치부 사역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요즘은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영어를 전공하고 공부했던 시간들이 도움이 된다. 훗날엔 이를 복지로도 연결시켜보려고 하는데 사회복지를 공부한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꾸역꾸역 버텨왔던 대학교에서의 시간 동안 갈고닦아진 행정능력은 어떤 일을 해도 도움이 되었다. 


내 인생의 퍼즐은 피스가 아주 많은 것 같아 완성이나 될까 싶었는데, 이제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것 같아 기분이 오묘하다. 




요즘 우리 아들은 퍼즐 맞추기에 완전히 빠져있다. 늘 '엄마 같이하자.' 하며 가지고 오는데 조각나 있는 퍼즐을 보면 '언제 저걸 다 맞추나? 다 맞출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저 묵묵히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윤곽이 드러나고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된다.


내 인생의 전체적인 그림이 어떨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살리고, 위로하며, 그들이 더 나은 인생을 살도록 돕고 싶다. 아마 그렇게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마구잡이로 그때그때 끌리는 것을 따라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때마다 나를 그 자리에 보내신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다. 인도하심이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주어진 일에 충성하며 나의 퍼즐조각들을 하나씩 모아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퍼즐 조각들이 어느 정도 모아져 이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 퍼즐들이 어떻게 사용될까. 

나의 미래가 점점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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