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어린 시절 나는 자신감이 충만한 아이였다. 내가 예쁜 줄 알았고, 뭐든 잘하는 줄 알았다.
학창 시절 내 자신감은 땅에 떨어졌다. 나보다 예쁜 애들은 많았고, 나보다 무언가를 잘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는 점점 내가 싫어졌다.
좀 더 예쁘고, 인기 많은, 공부도 잘하며, 잘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엔 인생 실패자가 되었다 믿었다. 좋은 대학에 못 갔으니 돈이라도 많이 벌자며 노력해 봤지만 돈도 그렇게 많이 못 벌었다. 아무것도 안되는구나 싶었다.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자책했다. 내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 잘하고 있는 부분은 봐주지 않고 실패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오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멍 때리고 있다가 갑자기 느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 부러운 사람이 없었다. 내가 나여서 좋았다. 어? 뭐지. 엄청난 경험이었다.
내 나이 32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잘한 것을 칭찬해 줄 수 있게 되었고, 남들과의 비교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엄청난 무언가를 이룬 것도 아니고, 나보다 예쁜 여자들은 여전히 많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참 대견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어릴 적 내가 나인 게 슬퍼서 울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커 스스로를 수용해 줄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난 그 소리가 참 좋다. 정말 마음이 편안해졌기에 내가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편안함과 여유. 그게 참 값지다.
난 왜 그렇게 남들과 비교하며, 세상이 세워둔 기준에 부합해야만 적격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데.
음, 정말 충분히 좋아.
경이로운 날이다.
드디어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