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봄 Oct 27. 2023

드디어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어린 시절 나는 자신감이 충만한 아이였다. 내가 예쁜 줄 알았고, 뭐든 잘하는 줄 알았다.


학창 시절 내 자신감은 땅에 떨어졌다. 나보다 예쁜 애들은 많았고, 나보다 무언가를 잘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는 점점 내가 싫어졌다.


좀 더 예쁘고, 인기 많은, 공부도 잘하며,  잘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엔 인생 실패자가 되었다 믿었다. 좋은 대학에 못 갔으니 돈이라도 많이 벌자며 노력해 봤지만 돈도 그렇게 많이 못 벌었다. 아무것도 안되는구나 싶었다.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자책했다. 내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 잘하고 있는 부분은 봐주지 않고 실패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오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멍 때리고 있다가 갑자기 느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 부러운 사람이 없었다. 내가 나여서 좋았다. 어? 뭐지. 엄청난 경험이었다.




내 나이 32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잘한 것을 칭찬해 줄 수 있게 되었고, 남들과의 비교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엄청난 무언가를 이룬 것도 아니고, 나보다 예쁜 여자들은 여전히 많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참 대견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어릴 적 내가 나인 게 슬퍼서 울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커 스스로를 수용해 줄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난 그 소리가 참 좋다. 정말 마음이 편안해졌기에 내가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편안함과 여유. 그게 참 값지다.


난 왜 그렇게 남들과 비교하며, 세상이 세워둔 기준에 부합해야만 적격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데.

음, 정말 충분히 좋아.


경이로운 날이다.

드디어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퍼즐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