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3일, 며칠 뒤 난 오키나와로 떠난다. 친구와의 둘만의 여행이다. 아, 한 명 더 있구나. 내 배에서 5개월째 잘 크고 있는 둘째도 같이 간다. 2016년부터 나는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다. 최소 1번, 많으면 2,3번까지도.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다니고 있다.
아이는 아직 데려가지 않는다. 26개월인 첫째를 데리고 몇 시간 비행을 하기엔 아직 무리란 생각이 들고, 아이와 여행을 같이 하면 알겠지만 여행이 여행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랑은 국내를 열심히 돌고 있으니 해외는 온전히 내가 즐기고 있다. 엄마도 가끔 엄마 아닌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워킹맘이면서 임산부이기까지 한 내가 매년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는 뭘까.
색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여행이 나를 가슴 뛰게 하기 때문이다. 낯선 도시에 가서 낯선 음식을 먹고, 현지 언어를 사용해 보고, 길을 찾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그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은 나를 설레게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매년 떠나고 있다. 갈 수 있는 상황은 만들면 되고, 돈은 벌면 되고!
아이를 키울 때 엄마의 일상은 거의 비슷하다. 같은 루틴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매일 아침과 밤에 블라인드를 올리고 내리는 일을 반복하는데, 올렸다 하면 내릴 때가 오고 내렸다 하면 다시 아침이 되어 올릴 때가 온다.
시간은 가는 것 같은데, 뭐랄까. 살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휩쓸려가고 있다는 느낌? 잠깐의 멈춤과 내 안에 새로운 신선한 공기가 필요한 느낌?
그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잠깐의 멈춤이 나에게는 해외여행이다.
어렸을 때 아빠가 아주 큰 세계지도를 사다가 벽에다가 붙여주신 적이 있다. 엄마는 지저분하다며 이런 걸 왜 사 왔냐고 했지만, 아빠는 꿈을 크게 꿔야 한다며 세계를 보여주셨다.
내가 세상을 좁게 보지 않고 넓게 보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빠 덕이 크다. 결혼해서 독립을 한 지금도 나는 세계지도와 늘 함께한다. 내 책상엔 지구본이 있다. 세계를 한눈에 바라보며 세계를 품는다.
대한민국은 참 좁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서울 또한 참 좁고, 그 안에 나뉘어있는 25개의 자치구들은 더 좁고. 이 안에서 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하늘 볼 시간도 없이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며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 생각은 그렇게 달릴 땐 하지 못하다가, 잠깐 멈추고 쉴 때에야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다들 열심히 산다. 우리 집 사람들만 해도 그렇다. 남편도 열심히 살고, 나도 열심히 산다. 예전엔 열심히 사는 게 그저 버거웠는데 치열하게 일하면서도 중간중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조금씩 채워가다 보니 삶이 풍족해졌다. 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쉬고 나야 깨닫게 된다. 나의 일이 있어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아실현을 하며 성취감을 느 낄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 여행은 시야를 넓게 해 주고, '아 이게 다가 아니네.'를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난 여행을 참 사랑한다.
난 여전히, 나의 삶을 가꾸어 가는 중이다.
월화수목금 일하는 것이 싫어서 주 2회만 일하는 삶을 택했고, 그 삶을 이뤄냈다. 대신 시간당 받는 내 몸값을 올렸고 나는 주 5일 일할 때보다 많이 벌고 있다.
금요일 낮인 지금도 나는 집이다. 햇살을 받으며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며 차 한잔을 마시고 있다. 이제 글쓰기를 마치면 여행사에서 보내준 e티켓과 확정일정표를 출력할 예정이다.
어제 환전은 마쳤고, 유심도 준비되었고. 이제 훌훌 떠나기만 하면 된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와야지. 그리고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나누는 글을 써야지.
오늘도 참 감사하고 행복한 날이다. 사실 아침에 문 앞까지 배송해 주는 신문을 읽는 게 하나의 낙인데 매일 받아보던 신문이 오늘은 오지 않아서 기분이 안 좋았었다. 오늘 중에 다시 재배송해준다고 하는데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다른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시간을 채우면서 기다려봐야지.
불평을 밀어내는 것은 감사인 것을 또 깨닫는다. 오늘도 감사함으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