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육아라는 캄캄한 터널
그래도 끝이 있어!
조리원 천국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날.
남편은 수고했고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귀여운 풍선들로 집을 꾸며놓고 나를 반겨주었다.
역시 집이 최고군!
이제 밤에 숙면을 취하는 일이 최소 100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모른 채,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 반가움을 느끼며 그저 좋아했다.
그날 밤,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침실에서 잠이 들고 나는 홀로 아기와 첫 씨름을 시작했다.
'왜 우는 거지?', '왜 트림을 안 하지?', '왜 벌써 깼지?', '왜 안 먹지?', '왜 안 자지?'
초보 엄마는 '왜??' 와의 싸움을 하며, 맘카페에 의지하여 하루 이틀을 버텨갔다.
연속해서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을 2시간 정도로 쪽잠만 자며 3일 정도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생기 있고 긍정적이던 나는 없어졌고 피곤에 절여진 몸과, 초 예민 상태의 날카로운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은 이제 망했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정말 말 그대로 미치기 일보 직전.
그 당시 산후우울증은 극에 다 달았고, 남편은 이런 내가 걱정되어 늘 칼퇴를 하고 돌아와 오자마자 나에게 나가서 바람을 쐬고 오라고 했다.
나가려 신발을 신는 순간부터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가곤 했다.
정. 말. 힘들었다.
엄살이 아니라 정말 죽도록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아기를 키우는 거지?
우리 엄마는 어떻게 애 둘을 키운 거지?
나만 유독 육아를 버거워하는 것 같아 자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을 정도로 지쳐있었다.
아기가 울어도 안아줄 힘이 없어서 같이 꺼이꺼이 운 날도 많았다.
하지만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버티자 신기하게도 시간이 갔다.
아기가 생후 91일째 되는 날!
드디어 6시간 통잠을 잤고, 덩달아 나도 6시간을 이어서 잘 수 있게 되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캄캄한 터널에서 한줄기 빛이 보인 순간이었다.
희망을 보았다. 잠을 제대로 자니 살 것 같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나의 삶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갈 수 있었다.
아이는 이제 29개월이 되었다.
지금의 나의 삶?
오히려 좋아!
일도 하며 육아도 하는 현재의 나의 삶이, 과거의 삶보다 훨씬 좋다.
솔직히 100일까지는 정-말 힘들었고, 돌까지는 힘들었고, 두 돌이 지나자 거의 힘듦을 못 느끼고 있다.
지금도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카페에 와서 제일 좋아하는 밀크티를 시켜 애정하는 노래를 들으며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다.
마치 애엄마는 늘 육아에 찌들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순간도 있지만 잠깐이다. 육아로 인한 힘듦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고통은 찰나이며, 행복은 무한하다.
일하지 않고 매일 쉬는 사람이면, 쉬는 날이 그렇게 반갑지도 감사하지도 않지만
주 5일 열심히 일하면 쉬는 날인 주말이 달콤한 것처럼, 육아를 열심히 하고 쉬는 이 시간은 실로 달콤하다.
둘째 출산이 2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이렇게 예전에 힘들었던 글을 쓰면서도
곧 다가올. 잠을 다시 못 잘 100일이 두렵지는 않다.
이제 그 시기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첫째 때는 그 순간이 안 끝날 것 같아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나 하는 막막함에 두려움이 컸었지만, 이젠 아니니까.
육아를 하며 인생을 배운다. 내가 아기를 키우는 거지만 아기와 같이 나도 커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육아를 겪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지금보다 훨씬 미성숙했을 것이다.
나는 결혼과 출산으로 얻은 것이 너무 많기에, 주변인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력 추천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고민을 1년 반이나 하고 가졌던 이유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