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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봄 Mar 13. 2024

8화. 외동? 둘째?

1년 반 고민의 결과

첫째는 무럭무럭 커갔다. 어느 순간 뒤집기를 하더니 걸음마를 하다 걷기 시작했고, 옹알이를 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나는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놀아줬을 뿐인데 발달 시기에 맞게 알아서 착착 커갔다. 아이는 알아서 큰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지점이었다.


첫째가 돌이 지나가면서부터



둘째는 안 가져?



라는 물음이 이어졌다. 나에겐 물음이 압박이나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4인 가족으로 형제가 있이 자라온 나는 동생과 친구처럼 지냈기에 늘 4인 가족에 대한 이상이 있었다.


아이 또한 너무 예뻤고, 소중했다. 이런 보물 같은 존재가 또 있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었다.


남편은 일이 너무 바빴고 나는 거의 육아를 혼자 해내야 했기에 두 명을 키울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성향상 육아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일에서 오는 보람과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첫째 때도 3개월 만에 복직을 해서 일을 했던 사람이다.


동시에 육아를 내 손으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출근하는 횟수와 요일을 조정해서 주 2일은 일을 하고,  5일은 육아를 해왔다.


(심리상담일을 하고 있어 출근일 조정이 비교적 용이했다.)


하지만, 둘째를 가지면 지금처럼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따져볼수록 둘째를 낳을 이유보다 낳지 않을 이유만 늘어갔다.


그런데, 낳지 않아야 될 이유가 늘어가는 만큼 아이가 성장하며 주는 기쁨과 행복도 늘어갔다.






그렇게 둘째를 가지는 것에 장단점을 따져보며, 꼬박 1년 반을 고민했다.


어느 날은 너무나도 원했다가, 어느 날은 미친 생각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결국 나는 둘째를 낳기로 결정했다.



둘째를 갖기로 결정한 5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아이가 언제까지 어리지는 않다. 지금이야 내 손이 많이 가지만, 둘 다 스스로 해내는 날이 온다. 그리고 둘이 같이 노는 날이 온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며 내 삶에 여유가 생긴 것처럼. 둘째를 낳으면 내 삶이 끝날 것 같지만, (잠깐은 끝나겠지만..) 곧 내 삶의 페이스를 찾을 것이다.


2)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다른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건 지금 아니면 힘들다.


3) 일에서 성과를 내 보람을 얻는 것도 좋고, 성공을 추구하며 성취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동시에 아이를 키우며 오는 기쁨도 매우 크다. 아이를 양육하며 오는 기쁨을 더 누리고 싶다. 한 번으로 끝내기는 아쉽다. 처음이라 너무 미숙했고, 놓친 부분들도 많다. 소중한 생명이 두 명이면, 얼마나 더 기쁠까.


4) 남동생이 있어 집에 오는 것이 심심하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다 같이 놀다가 집에 돌아와도 같이 사는 놀 친구가 있어서 좋았다. 크고 나서도 집에 일이 생기면, 남동생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며 의지할 가족이 가장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나는 크리스천이고, 천국의 존재를 믿는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죽을 때 다 두고 가야 하지만 생명은 다르다. 예수님을 믿는 아이들로 잘 키운다면, 천국에 함께 갈 수 있다. 훗날 죽어서 천국에 갔을 때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생명을 낳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이 세상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둘째를 계획한 후 4개월 만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4년 5월 드디어 우리 둘째가 태어난다. 2달 정도 남았다.






많은 경우 엄마가 주양육자이다.


주양육자라는 단어에서 오는 책임감과 무게가 있다. 주양육자는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며 고단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주양육자라서 누릴 수 있는 것도 많다.


남편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 크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배냇웃음하고, 옹알이하고, 뒤집기 하고, 기고, 걷고, 뛰고, 말하고, 애교 부리고, 웃는 모든 모습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내 배에 아이를 품고, 태동을 느끼고, 함께 교감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단점만 찾으면 주양육자라서, 여자라서 불행하고, 힘들고, 희생만 해야 하고..라는 불평이 나오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기 때문에 얻은 복들도 많다.






이제 둘째 고민에서 해방되어 기쁘다.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이후 펼쳐질 또 다른 세상이 기대되기도 한다.


아, 둘째가 생겼다고 하니 본인도 하나 더 낳고 싶지만 돈 걱정 때문에 못 낳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돈은 어차피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다.


애가 하나라 하나에만 돈이 들어간다면, 남은 돈은 또 다 어디엔가 쓰이게 될 것이다.


이제 첫째에게만 '온갖 투자를 몰빵 해주기'는 불가능해지겠지만, 둘에게 나눠주며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다.


세상엔 돈으로 가르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많다.


물론, 돈은 열심히 벌 것이다. 


결론, 행복하다. 건강하게 태어나. 우리의 기쁨. 조이야.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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