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봄 Mar 26. 2024

9화. 너는 너의 꿈을 향해 계속 가

일을 시작하다

나의 원래 직업은 대학 교직원이었다. 스스로 했던 것은 아니고, 남들이 좋다기에 선택한 직업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별생각 없이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다가 '문득 너무 재미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직업을 폄하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저 행정일이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이다.


복지도 좋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곳.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의 직원이었다.


하지만 '계속 내가 이렇게 산다면?'을 생각해 보니 전혀 어떤 희망적인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주변에 퇴사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모두 반대였다.


하지만, 여러 고민 도중 이미 내 안의 꿈틀거리는 '나의 진짜 꿈'이 생겨났고, 나는 버틸 수 없었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퇴사를 했고 만 28세의 나이에 상담심리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깊은 곳 꿈틀거리던 나의 진짜 꿈은 '심리를 상담하는 사람이 되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리상담을 하는 일'은,


대학원 2년, 심리상담센터에서의 인턴과정 2년, 그리고 국가자격증을 따기 위한 여러 시험들을 통과한 후 얻은 '소중한 나의 꿈'이었다.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복직을 하려는데, 시어머니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는 것이 어떠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당황한 채로 아이의 첫 36개월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차근차근 설명하시는 말씀을 듣다 보니 시어머니의 마음도 이해는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네. 네. 생각해 볼게요.'라는 말을 마치고 끊고 난 뒤 지금 복직을 하면 나는 매우 나쁜 엄마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바로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지금은 일 좀 쉬고
애 키우는 게 맞는 건가?

무슨 소리야.
너는 너의 꿈을 향해
계속가.


친정엄마는 단박에 무슨 소리냐 너는 너의 꿈을 향해 계속 가라고 말씀하셨다. 단호한 목소리다.


너의 꿈을 향해계속 가라는 말에 코끝이 찡했다. 계속 가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려웠던 것 같다.


시어머니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포커스를 맞추셨고, 우리 엄마는 '나'를 먼저 생각해 주셨다.


그리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진 나도 '나의 행복'을 먼저 찾기로 결정했다.






엄마는 정말 나의 출근일에 아이를 맡아 주셨고, 나는 3개월 무사히 일을 다닐 수 있었다.


물론 아이가 너무 어리기에 풀타임으론 아니었고, 주 2일만 출근하여 일하는 것으로 센터와 합의를 하였다.


주 5일은 육아, 주 2일은 일 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쉽지는 않았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었다.


주변 소수의 사람들에게


'너는 애를 봐줄 수 있는 친정엄마가 있어서 일을 할 수 있는 거야.'

'조부모 찬스 없는 나 같은 사람은 못해.'


등으로 나의 노력은 무시한 채 무조건 조부모 찬스로만 여기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일정 부분 맞다. 내가 거의 공백 없이 일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단연 친정엄마다.


하지만 혹여 아이를 봐줄 엄마가 없었어도 나는 내 꿈을 아예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했고, 어떻게든 육아와 같이 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이렇게 바로 일을 시작하진 못했을 수 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후였더라도, 하루에 몇 시간 파트타임으로 라도 분명 일을 했을 것이다.


주변에 나에게 저런 말을 한 사람 중에, 본인은 조부모 찬스를 못쓰니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면 일을 시작한다고 해놓고 막상 남편이 육아휴직을 썼지만 몇 개월째 '이제 일해야지'라는 말만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내가 정말 일을 하고 싶다면, 조부모 찬스가 없다고 불평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일을 병행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탐색해 보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가 7주 있으면 태어나지만 나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내 일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한다면 일과 아이양육을 병행할 수 있다고 본다.


남편은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승진도 하고 커리어를 착착 쌓아가고 있다.


첫째 아이가 아직 어리고 임산부인 나는 아직도 주 2일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왜 나만 희생을 하고, 나만 늦어지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나는 일과 육아를 겸하고 있고, 일 뿐만 아니라 육아는 내 엄청난 경력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으로 5만큼 자랐다면, 육아는 나를 10만큼 성장하게 만들어줬다.


육아를 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정서적으로 잘 자라나고 있고, 나도 행복하게 일과 육아를 하고 있다.


결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엄마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꿈을 놓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전 08화 8화. 외동? 둘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