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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봄 Apr 02. 2024

10화. 너는 애엄마 같지가 않아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었다.


너는 애엄마 같지가 않다.


라는 말이다.


애엄마 다운 것은 무엇일까.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는 대충 올려 묶고,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육아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어야 애엄마 다운 것일까?


아무래도 애엄마 하면 떠오르는 이런 이미지는 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마치 애엄마는 힘들어야만 하는 것처럼, 그렇게 묘사를 하니 말이다.


물론 아이가 없을 시절보다 나를 꾸밀 시간과 돌볼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노력해서 시간을 내면, 얼마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가까운 곳에 나가더라도 적당히 단정하게 하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자기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늘 표준 체중을 유지해 왔다.


또한 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꾸미고 다녔고, 출산 후 다이어트도 열심히 했으며,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 사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만을 위한 시간은 자기계발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나에게 애엄마 같지 않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했던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못할 변명들을 찾는 것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했을 뿐이었다.






첫째 아들이 8개월 때쯤, 또래 엄마 모임을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가 본 적이 있었다.


가자마자 한 아기 엄마에게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


지금 우리 만나러 온다고 화장하고 온 거예요?


엥? 나는 당신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장을 하고 온 게 아니고, 어딘가 나갈 때 보통 기본 화장을 하고 가는데요.


그렇다고 내가 풀메이크업을 하고 간 것도 아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엄마들이 나를 매우 신기하게 봤다.


아기를 키우면서 화장을 하고 다니면 안 되나? 애엄마 사이에서도 애엄마는 이래야 기본값이야 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았다.


비슷한 개월 수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이니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2-3번 더 모임에 참여해 봤지만, 전혀 그런 것이 없어서 나는 그 뒤로 또래 엄마 모임에 나가진 않았다.






출산 후에 어떻게 빠르게 살을 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었다.


표준 체중에서 임신을 해서 총 14kg가 쪘었는데 조리원에서 10kg를 빼고 나왔고 남은 4kg는 3개월에 걸쳐 식단과 운동을 하며 뺐다.


사실 어떻게 살을 빼냐는 질문에는 답이 정해져 있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해야 빠진다.


그리고 임신했을 때 너무 많이 찌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관리는 임신했다고 그만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꾸준히 하면 되는 것 같다.






또한 정말 남는 시간을 못 만든 날에는 내 시간에 나의 발전을 위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아기를 아기띠에 매고 서서 타이핑을 쳐 글을 썼었다.


복직을 일찍 했기 때문에 아기가 통잠을 자기 전이었는데, 아기가 새벽에 깨서 밤을 꼴딱 새우고 출근한 날도 여러 번 있었다.


체력적으로 부칠 때는 있었지만, 내가 정해둔 루틴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


하지만, 아기보내는 시간에는 온전히 아기에게만 집중하며 질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아기를 낳으면 아기 때문에 '나의 삶'을 다 희생해야 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아니다.


나는 극히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육아 중에도 나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나는 환경 탓, 상황 탓, 남 탓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서 희생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지켜낼 수 있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는데 내가 노력하지 않고 모두 아이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이제 6주 뒤면 아이 둘 엄마가 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처럼 똑같이 내 삶을 지키며 살 것이다.






벚꽃이 폈길래 어제는 남편과 첫째 아들과 벚꽃 길을 걸었다. 그저 산책을 하고 뛰어놀다 왔을 뿐인데 마음속 가득 행복이 넘쳐났다. 마치 마음속에 분홍 분홍한 꽃향기가 가득 퍼진 느낌이랄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복이다.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이다.


아이가 뛰면서 까르르 거리는 웃음소리를 듣는 것 , 엄마~ 부르며 웃으며 나에게 달려오는 것.


모두 눈물날만큼 벅찬 감동이다.


나는 내가 엄마여서 참 행복하다.


많은 분들이 이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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