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강요

뉴욕, Bryant Park

by 김홍재


Smell Flowers, Not Smoke - Bryant Park, New York


어딜 가나 공원이 많은 유럽의 도시가 아니어도 출장과 여행으로 드나들었던 대도시 중에 뉴욕과 홍콩에는 꽃이 많았다. 예전에 1월과 2월을 홍콩에서 일하며 보낸 적이 있다. 소호의 집에서 센트럴로 출근하는 길에 미국 대사관 근처를 지날 때면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보다 따뜻한 겨울을 가진 곳이라 부러워만 하면서 매일 지나던 길이었다.

뉴욕에서 시작한 허니문. 처음으로 맛 볼 '블루 바를(여긴 미국이니까 모두 '블루 바를'이라고 부른다) 커피를 사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블루 바를'의 맛을 보고 여유롭게 한 모금 담배 연기로 더 풍성한 휴식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뉴욕 시장님 아니면 뉴욕 공무원이 만들었는지 'Smell Flowers, Not Smoke'라며 짧은 글귀로 금연을 강요해왔다. 이미 담배를 들고 있는 손을 숨기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계절이 우리와 비슷한 뉴욕도 춥지 않은 계절엔 꽃이 많으니 금연을 강요하는 말 앞에서 흡연자의 마음은 벌써 말랑말랑, 기분 좋게 부끄러워지면서 담배는 끄고 꽃 냄새 한번 맡아보고 싶게 했었다.

금연을 강요해야 하는 것과 같이 타인의 행동에 불가피하게 통제나 권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금연', '통제', '강요'는 단어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강한 느낌 때문에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내가 왜 네 말을 따라야 하나?"
"니가 뭔데?"
"여긴 사람도 별로 없는데 담배 좀 펴도 되겠는데"와 같이......,

좋게, 더 좋게 강요를 구사할 방법을 '설득',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주제의 책과 강의를 통해 배우려고도 해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고집불통들이 너무 많아 남에게 나의 강요나 통제를 주입시키기는 너무 어렵다. 잘못 걸리면 피치 못할 상황에 대한 반대 설명을 듣기도 하고, 관계의 우열성에 압도당해 설교를 들어줘야 하는 경우가 되기도 했다.

반복해서 착하게 마음을 고쳐먹고 머리를 굴린 후, 나름의 순화시킨 방법으로 강요와 절제를 요구하지만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수면 아래 두었던 다른 불만들이 드러나는 경우만 양산하기도 한다. 원래 '강요'는 어렵고, '배려'는 내가 보여줄 때만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대신 좋은 여건을 만들거나 좋은 때를 기다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강요한다면, 강요받는 사람으로부터 생각보다 쉽게 'Sorry'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

기분 좋은 강요로 저항감이나 반감을 무력하게 만들어야 할 TPO (Time, Place, Occasion)가 아직 많이 있다. 기차 안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 노 키즈 존까지 생겨 말썽인 식당, 카페에서 주문은 안 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들, 여행 마지막 날을 불태우고 양말 벗고 잠들어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은 귀국 편 비행기 객실 등, 도무지 효과적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데 그대로 두면 나의 소중한 시간이 심각하게 방해를 받는 상황들이다.

서울에서도 빨간 글씨로 금연이라 쓰고, 10만 원의 벌금으로 겁만 주시지 말고, 기분 좋은 강요로 웃으면서 담배도 끊을 수 있게 도와주시려면,


"서울시장님 먼저 꽃을 더 많이 심어주세요"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 크리에이티브한 직원들에게 상도 많이 주세요.


뉴욕, Bryant Park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