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항 라운지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초격차' 1등 라운지가 있었다.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모두 가본 건 아니지만 '로마 공항 알이탈리아항공 라운지의 절반이라도 따라갈 라운지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압도적으로 훌륭한 음식과 서비스였다.
로마 공항의 음식과 서비스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어서 고마웠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아메리카노 주세요"
"에스프레소 도피오요"
"카푸치노 두 잔 주세요" 라면서 "바리스타"에게 말을 건넨다.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에스프레소'와 같이 대부분의 커피 이름은 이탈리아 말로 쓰고 있고, '바리스타'도 이탈리아 말인데, 로마 공항 라운지에서 '샴페인'을 주문하는 이웃 섬나라 아저씨가 있었다.
'샴페인'은 프랑스에서 찾는 게 맞고, 여기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Spumante' 달라고 해야 한다. 이웃 섬나라 아저씨가 바에서 한 잔을 먼저 받아가고, 진짜로 '스푸만테 플리즈, 노 샴페인'이라고 주문하니까 느끼함 세 스푼 담은 표정으로 바텐더가 '엄지 척'과 함께 스푸만테를 준비해 주었다. 샴페인인 줄 착각하고 마시는 스푸만테와 이탈리아 아저씨의 엄지 척 받은 스푸만테의 맛이 같다면 같겠지만, 기분 탓으로 내 것 스푸만테가 더 맛있고 상큼했다. 분명 같은 병에서 나온 술이었는데.
굳이 여행 갈 때 샴페인, 와인, 스푸만테를 공부해 가서 아는 척해보자는 말이 아니다. 방문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너희의 문화를 경험하고 즐거웠다고 알아주는 척만 해주어도 좋다. 여행의 궁극적인 즐거움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 즐거워하는 나를 만드는 데에도 있지만, 현지인과의 짧은 교감에서도 잊지 못할 즐거움이 만들어진다. 알아주는 척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여행 중에 알아주는 척 한 번이 여행의 즐거움을 증강시켜줄 수도 있다. 홍대 거리의 주말 밤마다 K-pop 커버댄스를 추는 10대 20대들 중에 꽤 많은 비율의 외국인들이 끼어 있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감흥이랄까. 여행 중에 만난 수많은 외국사람들이 한국 사람인 나를 만나 'BTS', '손흥민' 좋아한다고 말해주어 귀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도, '엄지 척' 한 번 날려주지 못한 나의 센스 없음이 살짝 원망스럽기도 하면서...
이마트에서는 '샴페인' 사 오더라도,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주문하면 와인 생산량 1위 (실제로 프랑스가 2위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기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