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여행 쉽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by 김홍재

일주일을 살아도 주말에는 쉬고, 일 년을 일하면 휴가를 떠나 쉬는데, 긴 인생을 살면서 정말 필요한 한 두 번의 큰 휴식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워라밸'의 시대라고 해도 회사에서 일한다면 45일의 여행은 불가능은 아니지만 거의 0%에 가까운 일이다. 가능성이 조금 더 높겠지만 프리랜서라도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많은 고민과 준비 끝에 상상만 해오던 지구 한 바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세계일주라고 하기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이 빠졌지만, 45일 만에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여행 중간에도 한두 번은 쉬어가야 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9일 일정 중에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하고 휴식을 택한 날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맘에든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구경할 시간이 하루 줄어든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긴 여행을 생각하면 휴식도 필요할 것 같아 쉴까 말까를 고민하던 아침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하루를 온전히 쉬기로 했다. 호텔에서 가깝고 맘에 드는 카페가 검색되어 창가에 앉았다.

a decade ago,

10년 전, 2009년 가을의 나는 서른을 갓 넘겼으며, 미국 보험회사에 근무하고 있었고, 뉴욕, 뉴저지를 오가며 일했다. 맨해튼의 초강력 빌딩풍에 맞서 터벅터벅 걸었던 퇴근길의 우울함도 기억나지만, 덕분에 평생 아름다운 뉴욕의 가을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in another decade,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비 내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카페에 앉아 있는 2019년의 나를, 2009년의 나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10년의 시간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고, 많은 여행을 할 수 있고, 여럿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오래된 친구가 멀어지는 씁쓸함도 맛볼 수 있었던 긴 시간이다.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사람을 크게 변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일 수 있다고 곱씹으며......, 10년 후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어디에 있을지 다시 생각에 빠진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서울에 살고 있을까?
아니면 태어난 부산으로 돌아가 있을까?
열세 살이 되는 우리 강아지는 여전히 예쁘고 건강할까?
돈은 많이 모았을까?

미래의 일이니 신통한 점쟁이가 아닌 나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뉴욕의 가을을 추억할 수 있는 것처럼, 10년 후의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추억하고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a decade of mine

학생 시절에 IMF를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하게 겪었던 우리 가족에게 IMF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는 갑작스러운 강한 지진과 같았다. 집을 빼앗겨 이사를 했고, 아버지를 잃었다. 어려움이 많았던 시기에 가슴에 품고 살았던 말이 두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은 시간이 흐른 뒤에 과거를 후회하는 일이다.'라는 말이었다.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짐이었고, 때때로 찾아오는 나태함을 쫓기 위한 채찍으로 삼았던 말이다. 10년 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충실히 채워야 했다.

10년의 시간은 미래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둘 중 한쪽으로 크게 이동시킬 수 있을 만큼 길다.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해줄 수가 있으며, 모든 것들을 잃을 수도 있는 시간일 것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앞으로 10년을 충실히 보낸 사람의 미래에는 더 멋있게 변화한 자신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도 온전히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는 뻔한 사실도 지워지지 않도록 머릿속에 저장해 두기로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명소들을 구경 다녔던 날 만큼 많이 생각나는 휴식하며 보낸 하루였다.

글로 인연이 되어 여기까지 읽어주신 구독자님의 10년 후 모습은 지금보다 행복하기를 누구보다 바라며.

Post Script) 상상하는 만큼 이룰 수 있다. 10년 후 성과의 최대치는 지금 상상하는 것의 100% 일 것이고, 90%만 도달해도 괜찮은 성공일 것이다. 지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더라도 10년 후에 깜짝 놀란만 한 성과를 바란다면 지금부터 비현실적으로 크고 좋은 상상을 해 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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