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여행에서 얻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데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Marcel Proust', French Novelist
남극보다도 더 먼 곳,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땅,
땅을 끝까지 파면 나오는 나라,
'대척점'이라고 표현하는 가장 먼 땅은 '우루과이'에 있다. 유명한 축구선수 몇 명이 우루과이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나라이다. '대척점'은 영어로 'antipodes'라고 하고 항상 복수형으로 쓴다. 거꾸로 우루과이 사람들에게도 대척점은 우리나라가 되는데, 지구에서 가장 먼 두 지점을 말할 때 쓰이기 때문에 항상 복수형으로 써야 한다. 지구 정반대 편에 있으니 우리와 딱 12시간 차이, 우루과이에 도착하면 시계를 다시 맞출 필요가 없다. 6월 초에 도착한 우루과이의 '콜로니아'라는 작은 도시는 계절도 우리와 반대로 찬바람이 부는 6월의 가을과 겨울 사이 어디쯤이라고 느껴졌다.
지구 표면의 2/3가 바다로 덮여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는 대척점이 바다 위에 있지만, 운이 좋은(?) 동아시아와 남미의 일부 국가들은 땅과 땅으로 이루어진 대척점을 가지고 있다. 땅이 넓은 미국 본토의 대척점은 모두 인도양 바다에 있고, 일본의 4개 큰 섬의 대척점도 대서양 바다 위에 있다.
정확하게는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이 우루과이 땅과 대척점이 된다. 전라도 광주와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가 대척점을 이루는 대도시라고 볼 수 있다. 알려진 다른 대척점은 남극점과 북극점이 있고, 적도 위의 두 도시 '싱가포르'와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가 거의 대척점을 이룬다. 지구는 완벽한 원형이 아니라 적도 쪽이 조금 더 볼록하게 나온 타원형이기 때문에, 대척점 사이의 거리는 모두 조금씩 차이가 난다. 적도 위의 두 대척점, '싱가포르와 에콰도르'의 사이의 거리가 '남극점과 북극점'의 거리보다 조금 더 멀다.
흥미로운 대척점 이야기의 종결자, 끝판왕 대척점은 '대만과 아르헨티나'이다. 대만은 '타이완, Taiwan'이라는 영문 국가명 말고 '포르모사, Formosa'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항해시대 타이완 섬을 발견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포르투갈어, '포르모사'라고 불렀고, 지금도 애칭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만과 대척점을 이루는 아르헨티나 땅의 행정적인 이름, '주'의 이름이, 똑같이 '포르모사, Formosa'주이다. 어마어마한 인연이다. '포르모사'에서 땅을 끝까지 파면 또 '포르모사'가 나온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만에 우루과이 '콜로니아'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국제선 페리 터미널을 빠져나오면 나무가 많아서 산책하고 싶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17세기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길과 집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작은 도시, '콜로니아, Colonia'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단풍으로 물든 나무가 많은 길을 따라 해변 방향으로 한 시간 정도 걸었고, 늦은 점심은 '아사도'라고 부르는 전통 바베큐를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우루과이 사람들을 만나서 지구 반대편 "South Korea"에서 왔다고 웃으며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바닷가 쪽으로 천천히 걷다 보니 조용한 모래 해변이 나왔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구 반대편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왔다.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지구 끝까지 가보는 경험을 하였다. 이제는 지구 어디든지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사실 지구 끝에 있는 우루과이를 다녀와서 얻어온 자신감은 별로 쓸데는 없지만, 우리는 가장 가까운 나라로의 여행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행기 안에서 24시간만 잘 버티면 지구 끝까지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로는 가지 못하고 파주에서, 강원도 고성에서 달리던 차를 돌려야 한다. 제대로 '현타' 오는 순간이다. (현타 : '현실 타임', '현실 타격'을 뜻하는 90년 대생들의 언어)
비즈니스로, 특수한 목적으로, 그리고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가족과의 상봉을 위해 소수의 사람들만 가장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가장 가까운 나라에도 우루과이처럼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을 것이다. 우루과이의 맛있는 고기 요리 '아사도'처럼, 맛있는 냉면을 먹을 수 있는 나라이다. 우루과이에도 다녀올 수 있었으니, 아픈 기억과 상처는 지우고 기다리면 지금은 가장 어렵지만 언젠가는 가장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혜를 모으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설득하면서 잘 준비해야 한다.
밀면 맛을 잘 아는 부산말 쓰는 서울 사람은 '랭면'도 너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