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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굿 오피스

욕심쟁이 너와 나를 다루는 어려운 일

코브라 패러독스, 평가와 보상

by 김홍재


코브라가 가르쳐준 마음의 저울


19세기 중국의 고생물학자들은 질 좋은 화석을 찾기 위해 발굴지가 있는 지역의 농부들을 모집했습니다. 그런데 현장 발굴 작업자들에게 일당이나 시급이 아닌, 발굴한 화석의 수를 기준으로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답니다.


대단한 화석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농부들은 화석을 발견하자마자 여러 조각으로 부숴버렸습니다. 온전한 화석이 가진 연구 가치를 무시하고 오직 숫자만으로 성과를 평가했기 때문이었죠. 화석이 가진 가치보다 ‘눈앞의 이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해 버린 순간이지요. 한쪽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밝힐 완벽한 화석을 꿈꾸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 꿈이 조각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1)


이것은 보상의 기준을 단순히 숫자에 두었을 때 발생하는 실패 사례입니다. 현장 관료들 역시 온전한 화석의 연구 가치보다 오직 정량적인 성과 지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잘못된 성과 측정 방법과 미숙한 보상 시스템은 결국 모두에게 달콤한 독약과 같았던 것이죠.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할 때, 수도였던 델리에는 코브라가 많아 골치를 앓았다고 해요. 그래서 영국 총독부는 코브라를 죽이고 머리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유인책을 내놓았죠. 델리 사람들은 코브라를 열심히 잡았고, 코브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코브라의 숫자는 줄어들기는커녕 더 증가했습니다. 알고 보니 델리 사람들은 상금을 더 많이 받으려고 집에서 코브라를 직접 키우고 있었던 거죠. 결국 영국 총독부는 코브라 머리에 대한 상금 지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집에서 위험하게 코브라를 키울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은 키우던 코브라를 풀어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코브라를 죽였지만, 코브라 머리에 상금을 걸기 전보다 더 많은 코브라가 델리에 살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런 부작용을 코브라 역설(Cobra Paradox) 또는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부른답니다. 경영학, 교육학, 정치학에서 많이 언급되는 부작용의 사례입니다.


중국 화석 발굴 현장의 일과 인도의 코브라 잡기 작업의 공통점은 보상의 기준을 단순히 숫자로만 인정하는 정량적 기준이었다는 점입니다. 정량적 기준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편리합니다. 보상의 기준으로 삼는 평가 업무가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정량적인 기준에 따른 평가 방법은 일당이나 시급으로 보상하는 형태로 지금도 널리 활용되잖아요. 문제는 코브라 역설과 같은 부작용을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는 데 있어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는 여러 요소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평가와 보상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성과를 내도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과연 내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면 어떨까요? 워라밸이나 자아실현은 잠시 잊고, 조직을 떠나야 할지 고민하는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곧 개인의 삶의 질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나의 평가에 대한 절대적인 공정도 중요하지만, 평가와 보상에서의 상대적 공정성 역시 중요해요. 나의 성과보다 못한 동료가 비슷한 평가와 보상을 받는다거나, 성과가 부족하지만 사회성과 아부로 돋보이려는 주니어 구성원의 평가가 좋다거나, 나를 괴롭히면서 성과를 도둑질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상사라든지 말이에요.


중국과 인도에서 19세기에 있었던 보상처럼 단순히 숫자를 기준으로 하는 평가 방식을 현재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 조직에서 조직 성장에 대한 기여를 Top Line과 Bottom Line으로, 그리고 Cost Review로 표시하는 평가는 신입 구성원부터 대표이사까지 회피할 수 없는 일이죠.


다만 코브라 역설과 같은 보상 업무에 따르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성적인 평가 방식을 추가합니다. 현재의 정성적 평가 항목이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매년 수정해서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노력과 연구도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정성적인 평가 방식으로,


주니어 구성원이라면 성장을 위한 노력(Development Goal),

리더십 목표(Leadership Development Goal),

실패 부검(Failure Autopsy, Failure Analysis)


등의 방법이 활용됩니다.


평가와 보상은 욕심쟁이 너와 나를 다루는 어려운 문제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를 모두 꼼꼼하게 평가 과정을 거칩니다. 나는 불만일 수 있어도, 여러 구성원들을 공정하게 다루어야 하는 대표님과 인사, 평가, 보상 담당자들은 보상을 위해 목표 설정(Goal Setting)과 평가(Mid / Annual Review) 프로세스에 많은 시간을 쏟고, 열정을 보여줍니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순한 정량적 평가 방식에 더해 복잡한 정성적 평가 항목을 더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욕심을 다루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1. 정량적인 평가는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코브라 역설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정성적인 평가는 평가와 보상 업무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복잡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죠.


3.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 문화에서 품앗이로 전락해 버린 다면평가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한 재시도, 그리고 성과 달성에 있어서 실패가 반드시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의 보장은 수준 높은 평가와 보상 제도를 확보하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됩니다. - 앞으로 자주 다루어 쓸 내용입니다 ^^


우리 조직의 평가 방식에 부작용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그리고, 평가 방식에 부족한 고려사항은 없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Reference>

*1)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669151 이코노믹리뷰 2024.10.13. 김연제 기자의 “당신도 ‘인센티브 게임’의 볼모… 게임 규칙 알아야 산다 [북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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