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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Jan 21. 2020

칸쿤 아재의 전성기, Latte is horse.

칸쿤, 멕시코

아직 '뜨지' 못한 중년의 두 남자 배우가 처지를 푸념하는 대화를 본 적이 있다. 엄청난 출연료와 광고 수입을 올리며 전성기에 있는 동료 톱스타를 부러워했다. 걸그룹으로 일찍 스타가 되었지만, 몹쓸 댓글에 아파했던 두 소녀의 빨랐던 전성기를 두고선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배우의 대화에는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무거운 진지함이 녹아 있었다. 우리에게도 '전성기'가 올까? 배우로 우주 대스타가 되는 것은 하늘이 허락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일인데...

휴양지에도 전성기가 있다. '핫'하다고 말한다. '오겡끼 데스'하지 못한 이웃 섬나라 삿포로의 전성기는 끝났다. 우리에게 삿포로는 더 이상 전성기의 즐거움을 전해 줄 수가 없다. 아직 가보지 못한 베트남의 '다낭'은 지금이 전성기처럼 보인다. 가보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은 친절하게  '핫'하고 '겡끼'한 전성기의 여행지가 어디인지 알려주니까.

멕시코의 칸쿤은 1970년대 미국인들의 휴양지로 개발된 도시이다. 두 군데 리조트를 예약했다. 첫 번째 리조트는 토론토에서 가족과 함께 우리 일정에 맞춰 놀러 와 준 친구와 즐거운 만남이 되었다. 고맙고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순간으로 남을 일이다. 두 번째 리조트는 우리에게 허니문으로 유명한 값비싼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리조트의 모습도, 칸쿤의 여러 인프라도, 쇼 프로그램도 모두 전성기와는 거리가 멀어진 모습이었다. 값비싼 리조트의 오래된 아우라, 전혀 트렌디하지 못한 그저 그런 올 인클루시브 음식의 모습은 70년대부터 칸쿤으로 휴가를 오던 미국 할아버지가 그때도 지금도 미국 달러를 쓸 수 있는 곳이라며, "Latte is horse"를 들려주어야 전성기를 추측해 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때의 칸쿤은 모든 것이 새 것이고 화려하고 '쿨'하고 '핫'한 곳이었을 테니까. ('올 인클루시브 = 종일 무제한 부페', 예쁜 음식?)

아직 '뜨지' 못한 두 남자 배우에게, 그리고 내 인생에도 전성기는 여전히 고민거리이다. 내 인생에 전성기는 '어디에 있을까?', '있긴 할까?' 전성기의 달콤함을 아직 맛보지 못한 두 배우도 어찌 됐든 계속 배우로 살아갈 것이다. 이제는 우주 대스타의 화려한 전성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다행이다. 내 인생에서 전성기가 지났다면, 두 남자 배우도 전성기를 지났다면 "Latte is horse"를 반복해서 들려주는 인기 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

인생의 전성기는 반드시 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늦게 올수록 더 좋은 것이 된다. 미래의 일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일이다. '올까?'라는 궁금함에 대해 '온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언제'는 서프라이즈로 남겨두고 잘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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