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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Feb 23. 2020

탱고는 원래 남남 커플이 추던 춤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트래블러 아르헨티나' 두 번째 편에서 탱고 바 '바 수르'가 방송되었다. 영화 '해피 투게더'의 장면으로 유명해진 곳이지만 사실 '바 수르, Bar Sur'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탱고 공연장이다. '바 수르'에서 탱고를 본 세명의 배우와 아이돌은 공연이 끝나고 여자 탱고 댄서와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탱고는 원래 남남 커플이 추기 시작했던 춤이다.

탱고의 역사가 분명하게 기록된 것은 없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항구 노동자들이 100년 전쯤부터 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춤과 음악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폴란드에서 금광을 찾아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주한 유럽출신 백인 남자 노동자들이 정착하면서 항구 노동자로 살기 시작했는데 남초현상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항구의 일이란 배에서 필요한 굵은 밧줄을 만들고, 하역되는 짐을 나르고, 배를 수리하는 일과 같이 남자의 땀 냄새와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고된 일이었다.  

남초 구역 '라 보카, La Boca'에서 고된 하루의 일을 마치고 술 한잔 기울이며 음악에 맞춰 남자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추기 시작한 것이 탱고였다. 여자라곤 그들이 찾았던 술집의 여성들 뿐이었으니 남녀 성비가 맞을 리가 없었다. 탱고는 그렇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남남 커플이 추기 시작하면서 생겼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남 커플의 춤보다 남녀 커플의 춤이 더 아름다운 것을 알고 지금의 모습처럼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상징하는 춤이 되고, 영화와 공연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사랑받고 있다. 탱고를 상시 공연하는 곳은 지금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뿐이다.

우리의 군대 군대문화가 아있는 남자 노동자들이 많은 조직에서도 남초상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군대리아를 먹으며 군대스리가 축구를 하는 군대. 군대스리가 축구조차 할 수 없는 망망대해 가운데에서 독도를 지키는 의무경찰, 공대를 나와 일하는 석유화학 단지나 제철소, 조선소 현장처럼. 20대 엘리트 스포츠 선수인 남자들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면 모든 걸 걸어온 운동을 멈추어야 할 수도 있고, 예술을 전공한 남자들은 대단한 국제 콩쿠르의 상위 수상자가 되지 못하면 예술가나 발레리노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이기 때문에, 오빠이거나 형이라서, 아들이라서 남몰래 흘리는 눈물도 있고, 고민과 고충에 앓아눕기도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대와 독도의 내무반에서 이별 통보에 흐르는 남자의 눈물도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남초현장의 고충과 남자 인생의 고민도 공감할 수 있다. 100년전 남남 커플의 탱고는 이제 아이러니하게 남자와 여자 관객 모두의 케미를 뜨겁게 불러 일으키는 남녀 커플의 춤이 되었다. '82년생 김지영'도 아프고, '90년대생 남자'들의 고충도 크고 아프다. 그리고 아픔과 고충이 늘 따라다니는 남자와 여자 각각의 인생은 남녀 탱고 댄서들처럼 뜨거운 케미로 합쳐질 때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때로는 쓰디 쓴 인생의 장면도 탱고처럼 케미를 폭발시켜 감동적인 예술이 될 수 있다.


Cafe de los Angelitos(천사의 카페) 탱고 공연
영화 '여인의 향기'로 알려진 탱고 노래 Por Una Cabeza
Bar Sur
La b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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