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1박에 100만 원짜리 호텔을 결제했다. 창 밖으로 이구아수 폭포가 보이는 방이다.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는 넓은 국립공원 안에 있는데, 국립공원 안에는 단 하나의 호텔만 있다. 특별한 위치에 단 하나의 호텔만 지을 수 있게 한 것은 브라질 대통령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이 핑크색으로 예쁜 호텔이었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를 감상하고 밀림 속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침대에서 이구아수 폭포의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조식을 먹고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아침에는 수심 2.5미터의 수영장에 따뜻한 물을 담아주는 완벽한 배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요즘 말로 '플렉스'해 버렸다. 1박에 100만 원 치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100만 원의 결제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질 이구아수에 가려면 비행기를 최소한 3번 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허니문으로 떠난 지구 한 바퀴 여행이었다. 아마도 그때 망설이다 결제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플렉스 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일이 되었을 것이다. 인생에서 다시 오기 어려운 특별한 밀림 속의하룻밤이었으니까.
겨울이면 즐겨 입었던 따뜻한 속옷을 이제 더 이상 사지 않기로 했다.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맥주도 더 이상 마시지 않기로 했다. 우리에게 속옷과 맥주는 팔고 싶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반도체 공장의 에칭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더 이상 팔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즐겨 입던 겨울용 속옷과 몇 가지 브랜드의 맥주는 더 이상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힘세다고 깡패처럼 행패 부리다 자기 발등만 찍은 격이다. 이제 소비에도 우리의 신념이 담긴다. 왜 사야 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왜 사지 말아야 하는 지도 중요하게 되었다.
소비에도 신념이 들어가고, 철학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던 이웃 섬나라의 정치인들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자국 내 반대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고마울 따름이다. 기쁜 소식이 종종 들려오고 있다는 말이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더 자주 듣고 싶을 뿐이다. 여러모로 고맙다. 소비에도 신념과 철학을 담을 수 있게 생각할 기회를 주어서.
어떻게 쓸 것인가?
쓰지 않을 것인가?
펑펑 써도 잔고가 바닥나지 않을 만큼 부자이어도, 그만한 부자가 아니어도 항상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