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직원을 어떻게 부르시나요?
도서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간혹 저를 '언니'라 부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린 꼬마들도 저에게 '언니'나 '이모'가 아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어째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다 큰 어른이 저를 '언니'라 부를까요?
*도서 대출 시 이용자 생년월일이 나오기 때문에 나이를 알 수 있어요.
"언니, 이 책 어딨어요?"
저는 직장에서 '언니'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게 이용자든 동료든 말이죠. 저의 직책이 있으니 '사서' 또는 '선생님'으로 호명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을 처음 방문해서 사서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경우 '저기요'라고 운을 떼는 것도 괜찮습니다. 보통은 어느 장소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호칭을 먼저 고민하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 같은데, 도서관의 일부 이용자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를 '언니'라 부릅니다.
그들은 어째서 일면식도 없는 저를 '언니'라 부를까요? 복잡한 호칭 고민 없이 모르는 여자들은 그냥 다 '언니'라 부르는 걸까요? 아니면 본인보다 제가 언니로 보여서 그랬을까요? 혹은 주변 지인 중에 친한 언니들이 많아서 '언니'라는 호칭이 입에 뱄던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저기요'처럼 평소에 '언니', '오빠'라는 단어를 쓰는 분일까요? 혹은 처음 봤지만 단박에 친근감이 들어서 '언니'라 부른 걸까요? 너무 궁금하지만.. 감히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언니'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주로 여자 형제 사이에 많이 쓴다. (예, 사촌 언니)
남남끼리의 여자들 사이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위인 여자를 높여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예, 동네 언니)
오빠의 아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20대 초반에 종종 갔었던 화장품 매장 미샤에서 간혹 손님들이 직원분께 '언니, 이거 어딨어요?'라고 묻던 기억이 납니다만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올리브영을 자주 이용하는데 궁금한 게 있으면 보통 직원분의 호칭을 생략하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정전기 스프레이는 언제 입고되나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언니라 부르는 경우를요.
1. 친언니나 친척 언니, 아는 언니를 부를 때 '언니!'
2. 같은 학교의 나이가 많은 여자 선배를 부를 때 '언니!'
3. 사적 모임에서 연장자 여성과 친해졌을 때 '언니!'
이 정도가 끝입니다. 남친의 여자 형제를 부를 때도 '누나는 어디 가셨어?'라고 묻지 '언니는 어디 가셨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친의 여자 형제들과 친분이 있었다면 언니라고 불렀겠지만요. 그 외에도 남사친의 여친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턱대고 언니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여자친구분은 괜찮으셔?'라고 묻죠!
(물론 이렇게 확실히 구분하는 건 제 개인적인 성향이라 저와 다른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저와 중복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이 언니라는 호칭을 언제 사용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1. 동대문 옷가게 같은 곳에서 가격을 물어보거나 흥정할 때 '언니, 이거 얼마예요?' 하던데..
2. 영화에서 보면 남자들이 술집이나 다방 같은 곳에서 '언니, 여 앉아봐라~' 하던데..
3. 늦은 밤 번화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웨이터들이 '언니! 지금 들어가면 무료야!' 하던데..
친분이 있는 관계에서 사용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언니'가 저와 이용자처럼 일면식도 없고, 사적 자리도 아닌 경우에 사용하면 이상해져 버리는 듯합니다. 학생 시절에는 '언니'라는 호칭을 자주 사용했고 그렇게 불린 적도 많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언니'라는 호칭보다 '00씨' 혹은 직장 내 직위를 붙여 불리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런 환경에 적응돼서 그런지 이용자가 부르는 '언니'라는 호칭은 왠지 듣기 불편합니다. '그들의 심리가 무엇인지' 궁금해 정의까지 찾아보며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네요.
그나저나, 도서관 직원을 '언니'가 아닌 '저기요' 또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