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혜ㅣ Grey Jul 03. 2023

어쩌다 팀장, 신뢰와 믿음 구축

* 모 그룹의 신임 팀장 온보딩 SBL(scenario-based-learning) 개발을 위해 썼으나, 사용되지 못한 비운의 시나리오를 풉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이후에 알았는데, 내가 팀장이 되는 걸 못 미더워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팀장이 되기는 아직 이르다’, ‘경력은 많지만 유관 전문성은 아직 부족해보인다.’, ‘팀 내 고참을 리드할 수 있겠냐.’ 같은 걱정이었다. 다른 팀에서 실무를 하다 오기도 했고, 연차가 그렇게 많이 쌓이지 않기도 했으니까. 비슷한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사실이니까.’라고 말하는 G팀장의 표정은 미안해보이지 않았다. 미안한 척이라도 해라 쫌. 


아직까지는 회의에 참석하면 null이 되는 기분이다. 꼭 필요한 자리에서 null이 되는 기분은 슬프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보다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슬프다. 오늘 가져간 자료를 보며 담당님이 나에게 “고민 좀 했네.”하고 하셨다. 저는 원래 맨날 고민하는데요. 그러더니 갑자기 지난주에 시켰던 일을 돌연 취소했다. “그거 안 해도 돼.” 이런. 팀원에게는 담당님께 보고해야하니 꼼꼼히 잘 챙겨달라고 두 번 세 번 이야기해뒀는데. 어떻게 이야기하지? 이럴 때마다 팀원과 불편해질 것인가, 담당님과 불편해질 것인가 고민이 된다. 여기나 저기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 않다. 


팀장들끼리의 묘한 신경전이 또 시작되었다. 코감기에라도 걸렸으면 좀 불쌍해 보였을까. 몸살에 걸려 몸은 아픈데, 티는 나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도 안다. 팀장의 자리가 주어진 일만 하는 곳은 아니다. 사업부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한다. 하지만 성과가 날 것이 분명한 일이 있는가 하면, 우리 팀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 있다. 담당님은 “이런 일은 김 팀장네 팀이 잘 하잖아.”라고 하고, 선배 팀장들은 도와주는 척 은근슬쩍 일을 떠민다. 이렇게 한 쪽만 계속해서 손해를 보면 그건 협업이 아닌 게 아닐까?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는 건 환상이라는 걸 안다. 오히려 ‘빠지면 상급자가 채워야하는 사람’이 되는 게 현실적인 것 같다. 팀장이 되어 물리적으로 상황이 변했는데도, 마음의 관성을 바꾸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느낀다. 나부터 그렇게 생각해야 진짜 회의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니어 때 클라이언트로부터 받았던 ‘잘하고 있다.’는 칭찬 메일을 클릭해 다시 읽어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팀장, 초기불확실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