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그룹의 신임 팀장 온보딩 SBL(scenario-based-learning) 개발을 위해 썼으나, 사용되지 못한 비운의 시나리오를 풉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팀장이 된 첫날,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잔뜩 긴장한 채 ‘나만 잘하면 돼.’ 를 되뇌고 있었다. 와중에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체 무슨 일일까. 확인해보니 부모님이었다. 순간 속으로 큰 불효를 저지를 뻔 했다.
“팀장님, 팀장님!” 하는 소리에 놀랐다. 날 부르는 줄 몰랐다. 내가 팀장이지. 팀원들은 새로운 팀장의 존재보다 기존 팀장의 부재를 더 크게 느낄 터였다. 스페셜리스트로 계속 성장해온 나였고, 그 과정에서 큰 자부심을 느껴왔지만, 이제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그때그때 들어오는 요청에 빠르게 멀티태스킹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팀원일 때 종종 ‘저런 사람이 어떻게 팀장이 됐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나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자신감도 있었기에, 좋은 팀장이 되고 싶어 이런 책 저런 책 많이도 읽었다. 하지만 무슨 리더십이 그렇게 많은지, 이론만 너무 많아 지친다. 팀장이 된다는 걸 알았을 땐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 같아 좋긴 했지만 그에 맞춰 요구되는 수준도 확실히 높다는 걸 체감하니 첫날부터 덜컥 벽에 부딪힌 것 같다.
주위에 보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거절할 수 없이 팀장이 된 ‘기습지명형’, 하고 싶지 않아 고사해왔지만 분위기상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팀장이 된 ‘등 떠밀려형’등 나쁜 케이스가 많은 것 같다. 그에 비하면 나름 교육도 듣고 미리 고민도 했지만, 언제까지나 준비가 되지 않을 것만 같다.
리더십은 타고나야하는 걸까? 나는 외향적인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바쁘고 피곤하기만 한 일이 아닐까. 내가 우리 팀 중에 제일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도 아닐 텐데. 완벽하게 잘하고 싶고, 실패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