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그룹의 신임 팀장 온보딩 SBL(scenario-based-learning) 개발을 위해 썼으나, 사용되지 못한 비운의 시나리오를 풉니다.
팀원들과 스몰톡을 하다보면 ‘혹시 팀원들이 나를 놀아주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것으로 그들을 배려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이 팀으로 오기 전에 오며가며 편하게 이야기 했던 몇몇에게도 이제는 밥 한 번 먹자고 선뜻 말하기가 꺼려진다.
<팀장님 다이어트>라는 글이 있어 봤더니, 뭔가가 먹고 싶을 때 팀장님이랑 먹는다 해도 먹고 싶다면 <진짜 배고픔>이고, 적당히 참을 수 있으면 <가짜 배고픔>이니 팀장님과 단둘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배고플 때만 먹으라는 글이었다. 나도 팀원일 땐, 팀장님이랑 마시는 커피는 <가짜 커피>고, 나 혼자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가 <진짜 커피>라고 생각했으니 이해는 한다.
스몰톡, 커피, 점심식사... 이런 건 차치하고서라도, 팀장이 되면 든든한 팀원들과 밀어주고 끌어주며 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팀장이 되고나니 도와줄거라고 믿었던 팀원들은 온데간데 없고 공허함과 외로움이 밀려온다. 외향적이지는 않아도 대인관계에 있어서 별다른 문제없이 살아와서일까. 업무를 지시하고, 피드백하고, 평가하는 팀장이 팀원들과 잘 지낸다는 건 어려운 일일까. 팀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거리감과 부담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금요일 저녁. 다들 일찍 퇴근한다. “저는 1인 가구라서, 제가 야근을 하면 가정이 무너지거든요.”C선임이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사무실을 나선다. 다들 신나는 약속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은 금요일에 집에 있으면 안 되나. SNS를 켜보니 60% 정도는 제주도에 있고, 20%는 일본에, 20%는 동남아에 있는 것 같다. 내게도 ‘떠나요 제주도~’ 광고가 떴다. SNS가 정말 내 정보를 수집해서 광고를 띄우고 있다면 이런 광고를 띄우면 안 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