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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혜ㅣ Grey Mar 29. 2023

안 일한 하루, 안예은 에세이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 그렇게 수많은 상처가 필요할까?”(p48) 


돌아가는 세상이 부대끼고 혐오스러울 때가 있다. 


세상 만사에 급을 나누는 사람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일로 만드는 사람 

관객이 없는 삶을 못견디는 나르시시스트 

남을 깔아보는 표정을 숨기지 않는 오만 

울고 있는 사람에게 웃으며 말하라고 알려주는 

그 세련됨, 유쾌함, 교양.. 물기 없는 일상 


그런 순간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내가 필요 이상으로 생각이 많다는 걸 안다. 좀 더 솔직하고 똑 부러지게 설명하자면, 돈이 전혀 되지 않으면서 어디에 가지고 가든 쉽게 환영받지 못할 지지부진하고 답도 없는 생각을 참 열심히도 하고 있다는 자각이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감각을 가진 많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열의있었고, 반짝거렸고, 그 처지에 있는 사람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지쳐버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이 책의 말처럼 “굳이 멋지고 비장할 필요”(p201)는 없었던 것 같다. 비장해질 때 우리는 유머를 잃게 되니까. “만일 내가 춤 출 수 없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 엠마 골드만의 이야기처럼, 자칫 결연해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쉽지 않네, 가보자고”(p175) 라는 말풍선 하나를 그려넣는 상상을 해야했다. 


“나의 바둑판에 무단 침입하는 바둑돌들을 튕겨”(p200)내면서 “가끔 너무 거슬리는 바둑돌에는 코딱지도 묻” (p200)히면서.. 


나는 이 책을 너무 힘든 삶을 겪어 자신의 삶을 소진해버린 내 소중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일의 일의 일이 이어지고 고난의 고난의 고난이 이어져도 “몇 달 뒤에 꼭 ‘그렇지도 않네’”(p200)라고 이야기하면서 씩씩하게 우리들만의 농담을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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