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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월급이 안 오르는 진짜 이유

by Simon park

아침에 출근해 하루를 일했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 점심은 더 비쌌고, 지하철은 더 붐볐고, 통장은 더 말랐다.

분명히 어딘가는 좋아지고 있다는데, 왜 나는 더 궁핍해지는 걸까.
뉴스는 GDP가 올랐다고 자랑하지만,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버겁다.

통계는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속을 준비가 되어 있다.


노동생산성이 올랐다.
우리는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내 월급은 그대로다.

기업은 성장했다는데, 왜 나는 뒷걸음치는가.

답은 간단하다.
생산성의 상승은 자산가의 몫이 되었고,
노동자의 몫은 '감사합니다'와 '버티겠습니다'로 대체되었다.


지금 한국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이 신분을 결정하는 사회다.

부모의 아파트 한 채가 자식의 인생을 결정한다.
열심히 일해서 자산을 사야 한다는 말은,
이미 자산이 없는 이들에겐 농담이 되었다.

더 일한다고 나아질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사회를 조용하게 절망시키고 있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오른다.
이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부자의 자산은 오르고,
가난한 이의 삶은 깎이는 인플레이션이다.

카페 라떼는 1천 원이 올랐고,
지하철 기본요금은 1백 원이 올랐다.
그런데 임금은 왜 오르지 않았는가.

기업은 가격 인상에 능하고,
임금 인상에는 둔하다.


정치는 그저 관찰자다.
최저임금을 말하지만, 실질소득은 말하지 않는다.

청년정책을 말하지만, 자산불평등은 묻지 않는다.

기업의 세금은 깎아주고,
청년의 영끌은 권장한다.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만 문제 삼는다.


지금 한국의 30대는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가장 적게 소유한 세대다.
그러나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숫자상으론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2.2% 성장하고 있다.

그 2.2%가 내게 무엇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묻기 시작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생산성이 올랐는가.
그 수치는 누구의 삶을 바꿨는가.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는 '더 열심히 살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위로가 아니라 폭력이 되었는지를.

이 질문이 반복되는 한, 우리의 월급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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