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삶에 쓸모가 없다. 그래서 꼭 필요하다

현실 정치에 철학이 없으면 생기는 일들

by Simon park

정치 뉴스는 요란한데, 그 어떤 뉴스도 사람을 깊이 움직이지 않는다.

후보는 바뀌고, 구호는 새롭지만, 정치는 매번 같아 보인다.

언어는 매끄러워졌지만 내용은 비어 있고, 대화는 많아졌지만 성찰은 줄었다.

정치가 왜 이렇게 시끄럽기만 한가—그건 아마 철학이 빠졌기 때문이다.


철학 없는 정치는 방향 없는 배와 같다.

이 배는 겉으로는 나아가지만, 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표류 중이다.

'정의', '공정', '자유'라는 단어가 남발되지만, 아무도 그 개념을 묻지 않는다.

단어는 존재하지만, 사유는 없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기획과 연출, 감정과 이미지가 대신 들어선다.


그래서 지금의 정치는 마케팅이 되었고, 정당은 브랜드가 되었으며, 공약은 슬로건이 되었다.

내용보다 포장이, 진정성보다 속도가 우선이다.

후보는 철학자가 아니라 상품처럼 테스트되고 조율되는 존재가 되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는 철학을 ‘비실용적’이라 말한다.
정치의 세계는 ‘현실’이니, 철학은 한가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철학이 없는 현실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다.


철학은 느리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왜 이 제도는 이 모양인가?
우리는 무엇을 ‘좋은 삶’이라 부르는가?
다수결은 언제 정의롭지 않은가?
공정은 언제 불공정으로 바뀌는가?

이런 질문은 효율을 떨어뜨린다. 그렇다. 철학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필요하다.
효율이 사람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질문은 사라지고 복종만 남는다.

요즘 정치를 보면 ‘철학의 빈곤’이 너무 쉽게 보인다.
유행하는 단어 몇 개로 세계를 단순화하고,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그러니 우리는 정치에 흥미를 느끼지만, 동시에 깊은 불신을 품는다.
왜냐면 알기 때문이다—이 안엔 사유가 없다는 걸.


철학은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철학은 방향을 묻는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 질문 없이 정치는 반복된다.
구호만 바뀌고, 사람만 바뀌고, 자리는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철학이 사라진 정치는, 정치를 닮을 수 있는가?

지금 이 사회는 철학을 비웃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된다.
철학 없는 정치가 만들어내는 폐해는—말끔하고 세련된 독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우리는 다시, 느리고 어색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철학은 쓸모없다.
그래서 정치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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