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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한 삶 Jan 05. 2021

공부방도 사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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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공부방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그들의 배경만큼이나 다양하다. 일단, 공부방을 시작하고 나면 그들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된다. 나 또한 그랬던 것처럼.



나의 업, 공부방의 시작


난 학원강사로 일을 하다 가르치는 일이 나의 업이 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과외가 학원강사, 그리고 공부방 선생으로 이어졌으니까. 신혼집 방 한 칸에서 처음 시작한 공부방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친정 부모님이 계신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야 했다. 공부방으로 사용할 방 한 칸을 하루에도 수십 번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활용할까라는 고민을 하던 시절이었다. 근처 아파트를 산책하며, 다른 공부방을 살펴보기 일쑤였다. 사실, 공부방을 어떻게 운영하는 건지 감조차 잡지 못한 채로 준비만 마친 상태였었다. 아들이 100일이 좀 지난 어느 가을날, 집에는 산책을 한다고 하고, 근처 공부방을 둘러보고 올 참이었다. 출산 후 살이 빠지지 않은 채로 무릎이 나온 츄리닝 바지를 입고 다니면서도 공부방을 둘러보기 일쑤였던 나의 모습이 초라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 공부방을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마침 한 공부방이 눈에 띄였다. 1층에 있었던 그곳의 벨을 무작정 누르며 나는 공부방 운영관련 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그 분은 나의 행색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편하기도 했을 것이다. 꼴이 말이 아닌 그저 출산한 지 얼마 안 되던 탓이었기에. 그러나 반대로 나의 불편함도 동시에 자극되었던 건 그 분의 공부방 운영 현실에 대해서였다. 같은 애 엄마로서의 그 분이 열심히 공부방 운영 과정을 설명해 주셨지만 나는 그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시선이 한 곳에 꽂혀 있었다. 식탁 위 냄비 받침과 그 위에 아구가 맞지 않게 덮여진 냄비. 식탁 옆에 놓여있는 작년 달력과 식탁 바닥에 그대로 남아있는 얼룩들만 보일 뿐이었다. 이리저리 공부방의 상태만 확인하고, 서둘러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러면 안 되겠구나 라고. 만만한 일은 없다는 것과 만만해서도 안 되겠다고.



삶에서 쉬운 일이 없다는 건 진작부터 알았다. 그 공부방을 운영하시는 그 분의 현실적 상황은 물론 충분히 이해 한다. 가정의 살림을 도맡아 책임져야 하는 주부라는 역할 또한 완전히 해내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나 또한 같은 입장이기에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공부방이 그리 썩 내키지 않았던 건 정돈된 학습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어수선한 운영관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운영 철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록 작은 공부방으로 시작했지만 최선으로 최대의 결과를 내 보고 싶었기에 반대로 운영과 관리도 더욱 철저하게 일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가며 내 기준에 맞는 공부방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책장과 책상을 맞추기 위해 스케치를 하고,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고, 몇 번씩 확인하였다. 그 과정이 고생스럽다거나 번거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책장과 책상이 들어오는 날, 그 책상에 앉아서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나만을 위한 첫 공간이 생겼다는 두근거림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노력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공부방은 사업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만의 작은 사업인 셈이다. 그것은 그냥 아르바이트처럼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부업의 개념이 아니라 생각한다. 처음에 아이들 키우면서,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작게 시작한 부업 개념으로 시작한 주부들이 종종 당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는 경우. 고객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업은 한계에 봉착한다. 공부방에서의 고객은 두 부류라는 걸 꼭 기억해야 한다. 바로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나의 소중한 고객들이다. 게다가 주부로서 살림과 공부방을 병행하는 경우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될 약간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게으름은 집안 구석구석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니 공부방은 가정집과는 달라야 한다. 작게 시작해도 철저하게 프로 다운 공간 의식과 고객 마인드가 필요하다. 세심함과 사소한 배려가 녹아들어야 공부방은 비로소 성공하게 되는 것이라는 걸 그녀들이 꼭 알아주기를 바란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상점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 것을 봤다고 하자. 그다음 날에도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그 빌딩 주인이나 관리인이 이 건물에 대해 별로 애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행인마저 돌을 던져 그 유리창을 깨도, 어느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생겨난다. 이런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된다면 결국엔 모든 유리창이 깨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후미진 구석에 멋대로 방치돼 있는 자동차가 형편없이 망가지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우리는 식당 화장실이 더러우면 , 그 식당의 주방에 들어가 보지 않았어도 주방 역시 더러울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말 중에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라는 속담이 있다. 각 부분에는 전체가 축약돼 있다는 논리이다.

공부방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기에 하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 소비자는 그러한 세세한 부분에서  이 공부방에 보낼까라는 결정을 내린다. 추후, 공부방을 확장해 결국 어학원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나는 디테일에 충실하려 많은 고심을 했다. 교실에 벽지가 떨어지면 바로 도배를 하고, 화이트보드 얼룩은 매일 지우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세심한 노력 없이는 사업은 성공하지 못한다. 공부방을 창업해 이리저리 고민이 많은 주부들께 용기를 주고 싶다. 우선 디테일한 요소를 챙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불안감과 걱정을 덜을 수 있다고. 그리고, 아이들을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며 주어진 시간에 정성을 쏟으시라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결국은 학부모님들은 그런 공부방을 찾아가게 되어 있다.


오늘도 출근을 하면 이리저리 주변 환경을  살피며, 학원에 오면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 고민한다. 시작은 공부방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는 교육 사업을 일궜던 그 초심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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