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구 있나요
또 쉬이 목을 매나요
어떤 우울이 우리를 흔들겠어요
힘들었나요
뭉툭한 너의 수화기 속에
거저 주어지는 마른 덤덤함을 토해요
시나브로 허무함이 날 관통할 때
잠식된 날 찾아 품에 데려다줘
순수한 나비 그림자 만들어
동그란 물빛의 활주로
우린 느닷없이 숲이 되어줄게
―집어넣을 땐 동그랗다가 꺼내면 모나다
그것은 우울의 한 뿌리
잘근잘근 씹어서 목으로 넘길 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이다
우울은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걸 싫어하니까.
낚시꾼이 오랜 시간 싸움해서
낚아 올린 물고기는 우울의 접미사다
낚싯바늘이 날카로울수록
끼운 떡밥이 크고 무거울수록 우울하다
즉 월척을 잡은 낚시꾼들은 우울에 집중해 있다
사람들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흐리면 우울해진다는 점이다
그 반대가 맞다 구름이 느리게 흐를수록
우울의 힘이 강한 진동을 남긴다
이에 음악을 일시정지한 순간
우울이 나를 가둔다 유치장에서처럼 잠시동안만.
부재중 전화의 기록은
우울이 자주 애용하는 공중목욕탕이다
찜질한다 받지 못한 전화가 수두룩하면
우울은 더 큰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것이다
퍼져오는 메아리를 개어둔다
가장 적절한 지각 사유는
우울과의 면담으로 인한 지각이다
이불을 내 쪽으로 끌어당겨
즉 껴안고 잠에 들수록 우울은 가깝다
아마 취침등 닿을 거리 정도의 한 뼘
그만큼만 손 뻗으면 우울을 만질 수 있다
행복을 강요하고 있다
그는 실재하지 않는다
우울은 펄떡거리며 살아있어서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오늘처럼
당신이 우울을 가질 수 없는 오늘
나는 이미 쥐고 있다
미지근한 물에 연거푸 들이키듯
콧속 깊숙이 스며드는 것이다 우울이란
가끔 안부 묻곤 하는 친척이다
지금 행복한 척을 하고 있다
우울은 진실에 가장 근접해 있다
뿌연 안개를 밀어내거나
누런 이를 닦으며 거울을 보는 와중에도
어깨를 두드린다 안녕, 하고
똑같이 인사를 건넨다 안녕,
우울하다와 울적하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이대로 가겠어요
어떤 우울이 우리를 흔들겠어요
어떤 사람이 우리를 흔들겠어요
우리는 충분했어요
오후엔 사랑을 말하겠어요
―블루투스 페어링이 끊겼다
서둘러 집에 가야겠다
* 해당 시는 아티스트 '유라(youra)' 님의 노래 <어떤 우울이 우리를 흔들겠어요>에서 영감 받아 일부 가사를 차용했음을 말씀드립니다. 차용한 부분은 볼드 처리하여 구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