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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Nov 05. 2023

아들의 대학교에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초3이 될 아들, 엄마에게 공부를 배우겠다는 아이를 위해 학습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를 교육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그 누군가의 성향을 살핀다. 성향에 따라 효과적인 지도법과 교수법이 존재한다.


아들은 칭찬이 효과적인 아이.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막막함이 생긴다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아이다. 뭔가 할만하다고 생각을 해야 으쌰으쌰 힘을 낸다고나 할까. 무리한 학습은 독이 되는 아이다. 본인의 의지 없이 무리한 학습을 할 경우 능동성을 잃기 십상이다. 스스로 목표를 만들어서 쟁취해 가는 게 아직은 미흡한 아이 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만들 수 있게 유도해 주면 곧 잘 도전하는 아이. 거기다 최고의 장점이 있다. 수학적 호기심은 타고난 아이.


그래서 나는 아이의 교육방식을 '놀이'로 설정했다. 대부분 글로써 하는 공부만 공부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입시 수학을 지도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상황 판단력과 그 상황에 대처하는 문제해결 능력이다. 이는 '인생'에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수학을 통해 연습하는 것인데 보통은 거꾸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겠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필요한 결과값이 있다 보니.


내가 나의 아이를 지도하는 것은 타인의 아이를 지도하는 것보다 몇 곱절은 힘들겠지만 이왕 결심한 거 아이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만족을 위한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인생을 위한 소중한 경험. 나는 이제 아이의 대학이나 학습 진로에 관심을 끄기로 결심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 대학교 타이틀보다 아이를 위한 다양한 경험, 반드시 가지고 가고 싶은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 이후의 결과는 아이가 스스로 빚어내는 것이니.


아이 학습에 대한 원칙을 정했다.


1. 아이가 즐거운 놀이로 인식되는 가벼운 수준으로 시작할 것.

2. 아이가 즐거워하며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 시작할 것.

3. 아이의 발전 속도에 맞춰 걸을 것.

4. 아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진행할 것.

5. 교과 과정이라는 작은 우물에 얽매이지 말 것.

6. 아이의 성취감을 위한 기록을 할 것.

7.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 줄 것.


아이가 잘 따라올수록 부모의 기대치는 올라가는 법이다. 그러고 이내 아이가 그에 미치지 못하면 아이의 노력에 대해 부정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나는 아이를 돕는 사람이지 아이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님을 반드시 기억하기로 했다. 아이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이 본인이 되어야 한다. 나는 그를 위한 인내심을 길러야 하고 '기다림'을 배우는 인고의 시간을 통해 성숙한 어른이 되겠지.


결국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해야 하는 것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엄마, 나는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요즘 초등학생 10명 중 7명은 한다는 말을 아들 입에서 들었다.


좋아요와 댓글에 관심이 많은 아들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나는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이런 말을 듣게 될 거라고.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제안했다.


"그러면, 한 번 경험해 보는 건 어때? 유튜브는 너무 어려워서 바로 시작하기엔 힘들 것 같아. 우리가 하게 될 공부를 그때마다 기록해 놓는 건 어떨까? '블로그'라는 곳에. 블로그로 먼저 연습을 하는 거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공부하고 있다는 정보도 전해줄 수 있고 세현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 지도 보여줄 수 있어. 그리고 세현이가 유튜브를 공부해서 유튜브도 조금씩 도전해 보는 거야. 엄마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와줄게!"


순간적으로 생각나서 제안한 '블로그'지만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 들었다. 블로그를 통해 아이가 원하는 타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이기에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타인의 관심은 어떤 측면에서는 매우 위험한 것일 수도 있는 것. 아이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두루두루 경험해 보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는 아이들에게 간접경험을 선사할 것이고 언제든 스스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도전 의식을 가져올 수 있겠지.


아들과 내가 함께하는 첫 도전이다.

내 사심이 들어간 도전.

'블로그'를 통해 우리가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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