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스케줄이 가득한 11월이 될 줄은.
11월부터는 수업을 줄이기로 계획했다.
월ㅡ금 수업을 화. 목. 금으로.
화. 목의 수업이 한 타임 더 늘어나게 되지만 월. 수를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십여 년. 수업을 줄인다는 게 불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했다. 계속해서 아쉬웠던 독서나 글쓰기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고질병인 거북목이나 근경직 치료를 목적으로 필라테스를 다닐지, 운동량을 채우기 위한 테니스를 다닐지 행복한 고민도 했었지.
그런데 11월의 반이 지나가는 지금.
나의 생활의 여유도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독서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는 내 모습에 한숨이 새어 나온다. 정말 독서만큼은 확보해야 하는 데...
5시 기상이 11월부터 깨졌다. 마음만 나태해진 게 아닌가. 5시 25분 겨우 뜬 눈으로 경제독서모임에 참여한다. 문제는 그러고 다시 잔다는 거. 11월부터 나는 여유보다는 나태 쪽으로 치우친 듯하다.
아이들을 학교에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집안일을 한다는 게 조금 달라진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래도 청소기와 빨래 돌리기 정도는 하게 되었다. 아차, 두부 산책도. 그러고 보면 운동까지는 아니어도 두부 덕분에 몸을 움직이기는 하네.
그러고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월. 수의 경우 오전스터디일정이 있고 이른 오후에는 아들과의 학습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분주하다. 아들이 학교에서 오는 3시부터는 학원 수업대신 아들과 웃고 떠들며 소통한다. 그 또한 내 입장에선 정규수업보다 신경 쓸 게 더 많은 까다로운 수업이기도 하다.
이제 아들과의 블로그 기록을 위해 저녁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이 또한 글쓰기라 생각했는 데, 그와는 조금 결이 달라 아쉽다.
별별챌린지를 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역시 나는 스스로는 어렵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를 강제적으로 집행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아직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
문득 생각해 보니 2023년도 막바지다. 한 해를 돌아보며 내년 2024년은 조금 더 계획적으로 보내야겠다. 보람찬 순간도 분명 있었고 후회스러운 부분도 분명 있다. 2023년 새해를 맞으며 올해는 씨앗을 뿌리는 해로 결정했는 데 그 씨앗이 썩지 않고 잘 크고 있었길. 내년에는 새끼손톱만큼의 싹이 흙 위로 고개 내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