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엄마의 숙제가 늘어난다.
평일에는 아이들은 아이들 일정대로, 어른들은 어른들 일정대로 바쁘다. 바쁜 현대인들이 가족과 나누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나는 고민이 될 만큼 적다.
아이들과 충분히 정서적인 교류가 될 만큼의 시간 확보는 주말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다 같이 자전거를 한참 타고 다녔다. 둘째 아이는 중반부터는 조금 힘들어했지만 아이들과 아빠의 만족도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급격히 추워진 어느 주말부터 자전거는 베란다에 방치되었다. 그리고 자전거에 쌓이는 먼지만큼 주말에 뭘 한 지에 대한 고민도 늘어났다.
지난주는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아주 좀이 쑤시는 전쟁을 치렀다. 이번 주는 어쩌나 고민하던 차에 남편의 사촌 결혼식을 다녀오니 이미 저녁이다. 럭키.
아이들은 여전히 아쉬워 보였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닌텐도 스포츠게임 같은 게 있다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게 우리 집에 없어서 고민 끝에 마미씨어터를 오픈했다.
"다들 샤워하고 모이세요. 오늘은 마미 씨어터를 오픈합니다. 다 같이 심야 영화를 보고 치카하고 코 할 거예요."
"네!"
우렁찬 아이들의 대답과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는 두 아이의 발소리가 들렸다. 각자의 정비를 마친 뒤 우린 안방에 옹기종기 모였다.
아이들은 티비정면 침대 위에.
남편은 침대 옆 포차테이블에 맥주와 과자를 깔고.
나는 바닥에 두부와 함께 자리 잡았다.
그렇게 미니언즈 3의 막이 올랐다.
요즘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던 두부도 꽤 만족스러운지 그릉그릉 자지도 않으면서 코를 골았다.
두 아이는 금세 영화에 빠져들어 웃고 흥분하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맥주 2캔과 작은 과자 3 봉지를 해치웠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이 순간을 즐겼다.
다음에는 옹기종이 모여 앉아 귤 까먹으며 봐도 재밌겠다.
별거 아니지만 마미씨어터가 아이들의 추억 한 페이지에 자리 잡았길. 그 순간의 포근함. 안정감. 따뜻함이.
함께한 그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