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있는 내내 두부가 보고 싶었다.
혼자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안쓰러웠다.
"여보야. 가면 두부랑 그래도 좀 놀아주고와. 아니면 세아랑 세현이 중에 누구 데려갈래?"
"아니. 금방올거야."
같이 교통사고 난 남편을 부려먹는 것 같아 미안해서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두부를 지켜보기 위해 설치해둔 카메라로 녀석의 실루엣만 지켜볼 뿐.
그렇게 한 시간정도의 외출 뒤 남편이 돌아왔다.
"여보야, 고생했어. 두부 밥 줬어? 두부 엄청 좋아하지? 좀 놀아줬어?"
"여보, 두부 이제 똥개야, 똥개."
"두부가 왜 똥개야."
"똥을 진짜 직살나게 싸놓는 다니까. 이제 걍 똥개야."
"아니, 지금은 치워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지."
"와. 이제 애들만큼 똥을 싸. 더 크면 이제 어른 똥만큼 싸겠다."
나참... 혼자 있을 두부 짠하다고 좀 놀아주고 오랬더니 똥 많이 싸놨다고 저런 소릴 하네.
"여보야, 여보 아들이라그래. 여보는 뭐 똥 적게 싸니? 아침에 일어나서 싸. 일할때 전화해보면 화장실이야. 퇴근하고 싸. 자기전에 싸. 여보가 똥인이다, 똥인."
"낼부터 니가 치워."
그렇게 남편은 삐졌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퇴원했다.
점심까지 먹고 퇴원할까하다가 집에 밀린 집안일도 많을 테고 두부가 자꾸 눈에 밟혀서 최대한 빨리 퇴원했다.
침맞고 물리치료하느라 자꾸 늦어지긴했지만.
띠리릭.
바삭바삭바바밧.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발 긁는 소리가 들렸다.
"두부! 엄마 보고 싶었지! 두부 두부 두부 두부!"
달려가며 두부 이름을 몇번이나 불렀는 지 모르겠다.
현관문 앞에 신발을 벗어 던지고 중문 앞에 가방을 내팽개치며 두부 앞에 섰다.
"... 와우."
우리 두부 정말 많이 컸잖아!
그래서 똥도 이렇게 커졌구나.
우와아아우.
왠지 남편이 말한 '똥개'라는 단어가 수긍이 갈뻔 했다.
"두부. 아 예뻐, 아 예뻐."
연신 두부를 쓰다듬으며 자연스레 물티슈로 손이 갔다.
본능적으로 두부의 똥꼬와 발부터 닦았다.
두부를 안고서 거실과 부엌의 창문을 다 열었다.
그리고 두부의 환영 인사를 꽤 오랜시간 받아준 뒤,
본격적으로 이쁜 내 새끼의 검은 그것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집도, 두부 집도 하나둘씩 치웠다.
두부도 참 많이 컸다.
같이 있을 땐 크는 지도 모르다가 병원가서 몸무게 재고는 놀라곤 했는 데 이렇게 며칠만에 보니까 쑥쑥 자란게 티난다.
두부야, 너 진짜 많이 컸네.
똥 크기부터가 스케일이 달라졌어.
녀석. 잘 크고 있네. 기특해, 기특해.
근데... 너 또 똥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