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혁명은 그냥 일어나지 않아.

Feat. 겨울방학특강

by 잔잔한손수레


1월과 2월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나 홀로 늘 이 시기를 가리켜 '혁명의 시간'이라고도 우긴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자율시간이 가장 많이 확보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아이들이 다 함께 보내는 공동학업시간이 있다. 초등부의 경우 오후 2시~3시 정도까지는 학교에서 정규수업으로 공동학업시간이 소비된다. 중등부는 오후 4시~5시, 고등부는 더 늦어져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동학업시간이 늘어난다.


그 말은 아이들이 나이가 한 살씩 먹어감에 따라 시간 관리의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공동학업시간의 질도 중요하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 선생님의 수업시간은 어느 정도의 학습태도를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의 유의미를 확보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방학기간은 그 공동학업시간이 대폭 없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는 친구들은 '성적세계의 신분상승' 즉,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11월부터 이러한 부분들을 알리기 위해 학생들 세미나와 학부모 세미나를 진행한다. '엄마도 공부해야 한다.'가 나의 모토인만큼 중요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공부의 기회제공을 한다.


엄마들이 알고 있어야 아이들의 학습흐름을 갑자기 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다. 가령, 이제 습관이 잡혀가는 아이에게 그간 열심히 했으니 3박 5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오자라던가, 그래도 이번 방학 때는 잘하고 있어서 보상개념으로 주말에 가족여행을 다녀오려 하니 숙제를 빼달라던가. 사실 아이들이 힘듦을 느끼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것보다 갑자기 엄마들이 보상해주고 싶어서 안달 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건 보상이 아니라 흐름을 끊는 찬물 끼얹기다. 그래서 늘 학부모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어쨌거나 직접 실천하는 건 아이들이기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아이들의 시간관리 세미나까지 함께 진행한다. 1월, 2월의 중요성 때문에 거의 2달 전부터 밑밥을 깔고 있는 것. 겨울방학의 목표를 세워서 단계적인 해결방법을 고민할 수 있게 한다. 이때,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는 목표로 하기보다는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목표를 권한다. 고정 스케줄을 어느 정도 만들고 나면 자율적 스케줄에서 내가 세운 겨울방학 목표를 위한 작은 고정 스케줄을 만들어간다. 겨울방학 동안의 루틴을 만들어 습관화를 하기 위한 목적이다. 당연히 아이 스스로 짜올 수 있게끔하고 내가 보완해 주던지, 아이의 고민이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 후 조언을 해준다.


"겨울방학은 알차게 보내야 해!"

라는 무책임한 잔소리보다는 어떻게 알차게 보낼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활용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미리부터 여러 번 반복적으로 아이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렇게 해도 '소위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한다.'라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 아이들의 동기부여는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올 지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가 강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은 동기부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확신은 어떤 아이든 동기부여의 순간은 빠르든 늦든 무조건 온다는 것이다. 준비된 아이들에게 온 동기부여는 아이들의 학습에 부스터를 달아준다.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의 동기부여는 후회와 밑도 끝도 없는 당황스러운 포기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삶의 태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겨울방학을 준비하고 보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부지런 떨며 겨울방학 보낼 계획을 짜두고서 겨울방학을 맞이하면 아이들이 대체로 차분하게 시작한다. 방학이라고 한껏 들뜨거나 가벼워지지 않아서 학습페이스를 유지하기 좋다.


시험기간이 끝나고서부터 깃털처럼 가벼워져 날아다니는 아이들은 겨울방학 자체를 그렇게 허공에다 날리기 십상이다. 겨울방학이 시작하면 늘 그렇듯 아이들은 5일간 성실하다.


아이들에게 주기적으로 오는 고비는 주말이다. 주말은 학기 중이나 방학중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는 데 아이들의 심리적 요소가 반영된다. '방학인데 나 진짜 계획대로 다 실천했고 주말이니까 좀 쉬어도 되겠지.' 아이들의 합리화는 거의 알파고급이다. 그래서 애초에 나는 주말도 계획을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체킹 하는 편이다.


물론, 상위권의 아이들은 주말 평일 별반 다를 게 없다. 상위권정도 되면 방학시간을 어떻게가 아니라 주말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들의 경쟁력이 된다. 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내가 공통으로 지키는 원칙이 있는 데 그것은 하루의 시작시간이다. 주말시간 중 가장 많이 공중분해되는 시간은 오전시간이다. 그렇기에 오전시간은 무조건 꼭 활용할 수 있게끔 짜고 유도한다. 필요하다면 무언의 압박을 넣더라도 고집한다.


당연히 겨울방학시기의 시간활용을 위한 나의 직접적인 참견은 특강이다. 이 시간을 너가 알차게 쓰겠다는 데 선생님이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그간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부분, 학교시간이나 아이들의 소화양 때문에 묵혀놨던 창고 대방출이 겨울방학엔 진행된다.


특히나 학교의 클라쓰가 바뀌어버리는 예비중 1과 예비중 3은 두말하면 잔소리. 수학과목 특성상 중2겨울방학에는 (중. 상위권) 고1 상의 기초개념 잡기가 너무나도 절묘하고도 좋은 기회라 이 세 학년에게는 더더욱이나 엄청난 특강을 진행한다. 특강을 진행하면 대개 아이들이 꼭꼭 씹어 소화하는 것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보강의 시간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이 진행하게 된다. 그로 인해 나의 업무는 몇 곱절이 늘어나서 하루에 세네 시간의 수면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늘 겨울방학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앞서서 얘기한 것뿐만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멘탈체력만들기.


주기적으로 아이들의 실행력을 북돋아 줄 수 있게 성찰의 시간과 대화를 진행하고 최대한 아이들이 길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루틴이나 습관을 만든다는 건 단기간 내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늘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스스로와의 싸움을 할 수 있도록, 지더라도 자책하지 않도록, 또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격려한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냈을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보람과 성취감을 가르친다. 그렇게 두 달을 자신과의 싸움으로 보내본 친구들은 결과가 어찌 되었건 다음 두 달을 또 그렇게 보낼 수 있고 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 또한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서 내가 가르치고 싶은 중요한 삶의 태도이다.


그렇게 나는 11월부터 두 달간 준비하여 매년 1,2월의 두 달을 죽은 듯 지낸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에게서 편지를 받곤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좌절을 가르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