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목포로 시집온 여자.
타지로 거처를 옮긴 사람들은 향수병을 앓게 된다. 그 시작은 혀로부터 온다. 먼 지역으로 갈수록 그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나도 많은 질문을 받았었다.
음식이 입에 맞는지, 부산 음식이 그립지는 않은 지.
다행인지 웃프게도 나는 결혼해서 임신해 입덧을 할 때까지 그리 그리워한 적이 없다. 부산 음식을 그리워할 틈이 없었다고나 할까.
처음 남편과 갔던 백반집에서 눈이 휘둥굴 해졌다.
긴 상에 빈틈없이 빼곡히 반찬이 채워졌고 갈치와 고등어조림, 된장찌개와 계란찜, 제육볶음과 그 외 밥반찬들이 언뜻 보기에도 열 가지가 넘었다. 가격은 부산의 일반적인 백반집과 다를 것이 없었는 데도.
나의 반응에 남편은 만족하는 눈치였다.
목포로 와서 생전 처음 게살비빔밥도 먹어봤다.
마치 바지락을 실수로 쏟은 게 아닌가 싶은 바지락 칼국수. 평화광장의 바지락 초무침과 그 국물은 지금도 우리 찾아온 타 지역 손님들에게 꼭 대접한다.
같은 전남권 순천과 광양에서도 콩국수를 먹어봤지만 목포 유달콩물은 그 본질적 깊이부터 차원이 다른 맛이다. 가격이 비싸도 여름엔 꼭 사놓고 중간중간 꺼내 마실 정도.
낙지 관련 음식들은 너무 유명하니 나까지 구태여 보태지 않겠지만 우리가 가는 식당은 낙지탕탕이 외의 밑반찬부터 나를 반하게 했다. 간장게장이라던가, 조기라던가. 처음 목포에 와서 맛본 엄마는 미역국에서부터 극찬을 하셨다.
낙자탕탕이는 친오빠 덕분에 술 좋아하는 사촌들 사이에서 워너비가 될 정도였다.
비빔냉면과 같은 소면을 고기와 먹는 음식도 일품이다. 처음 먹어본 음식인데, 그 이후 나는 평생 먹지 않던 비빔면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맑은 뼈해장국은 또 처음 먹어봤다. 갈비탕도 아닌데 갈비탕 같기도 하고.
담양이 그렇게 떡갈비로 유명하던데 나는 담양대신 목포에서 죽음의 떡갈비를 찾았다. 남편의 부부동반 계모임에서 체면 따위 제쳐두고 찐 리액션으로 정신없이 먹어 수치스럽지만 행복한 기억이 있다. 여긴 가격도 비싸고 예약도 힘들고 웨이팅도 어마어마하다. 남편말로는 내 리액션 중에서도 최고였다 했다.
경주의 유명 순두부집을 좋아했다. 자주 우리 가족은 방문해서 이용했고 순두부를 좋아하는 내겐 넘버원 가게였다. 얼마 전, 가족이 다 같이 경주방문 기회가 있었고 남편에게 큰소리치고 그 순두부집을 갔다.
나올 때 난 표정이 굳어있었다. 왜 예전 그 맛이 아닐까. 이건 목포에서 우리가 자주 먹던 일반적 순두부집보다 못한 것 같은 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조심스레 그 얘길 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여전히 만족스러워하셔서 의아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는 나 홀로 결론을 내렸다. 내 입맛이 수준이 높아진 건 아닐까 하는.
언젠가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여기 김치맛집이래. 김치맛집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이곳은 '김치'의 심장 대한민국 아닌가. 그런데 나는 목포에 있는 김치가 메인이 될 수밖에 없는 보쌈집을 알고 있다.
내가 목포로 와서 가장 끝판왕이라 생각하는 것은 '생고기'다. 얼마 전 스터디 선생님들이 목포로 방문했다. 생고기를 먹지 않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나는 과감하게 내 단골식당으로 모셨다.
"일단 잡숴봐."
지금까지도 선생님들은 '생고기'를 가장 최고의 음식으로 꼽았고 다른 곳에서 먹은 생고기는 그 맛이 나질 않는 다며 안부를 전한다.
나 또한 최애 음식이 '생고기'가 될 정도로 좋아한다.
목포는 작다.
유동 인구가 적다.
그래서 많은 식당이 금방 금방 망한다.
내가 애정하던 식당이 망하면 참 속상하더라.
하지만 반대로 오랫동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식당들은 일차 검증이 되는 셈이다.
목포의 웬만한 식당이 맛있는 이유는 이러한 치열한 환경 덕분이지 않을 까.
나는 부산에 가면 단골 돼지국밥집과 밀면집, 복국, 낙곱새를 꼭 먹으러 간다. 어느 지역이든 맛집은 꼭 있다.
다만 목포는 평균치가 높은 듯하다.
작지만 알찬 목포로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