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거리는 머리를 끌고 한방 병원에 왔다.
이쯤 되면 슬슬 정상적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었는 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며칠째 지끈거리는 두통과 동고동락 중이다.
병원에 가려면 시간을 비워야 한다. 애매한 시간 비우기에 오늘도 둘째의 하원 버스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엎드려서 머리부터 허리춤까지 고슴도치처럼 온갖 약침과 침을 몸에 꽂고서 미세한 움직임조차 불안해하며 얼음이 되어 기다린다. 그마저도 통증이 없으면 모를까 통증을 견디며 굳어있으니 자연스레 건강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된다.
아프기 싫으니까. 얼마 전 다이어트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했다. 그러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한 번 다이어트를 각오하며 병원을 나왔다.
건강식을 먹고 운동을 하며 몸관리하겠다는 다짐이 한 시간도 채 되기 전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오늘은 밖에서 먹자. 여보 며칠째 두통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밥 하지 말고."
병원 오느라 아직 저녁밥을 앉히지 못했는 데 남편의 센스에 내심 고마웠다.
그렇게 우린 숯불 앞에 앉았다.
눈치 없게 고기는 왜 이렇게 맛있나 모르겠다.
두통이고 뭐고 쉼없이 씹어삼켰다.
식당의 한쪽 글귀가 내 마음을 대신 말하고 있다.
인생은 짧고 고기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