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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Dec 10. 2023

기분 좋아지는 마법


"세아야, 얼른 옷 벗고 들어와!"


잠시뒤 딸아이가 홀딱 벗은 채 우다다 달려왔다.


"미끄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화장실에선 천천히 걸어 다녀야 해."

"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해바라기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만지던 아이는 이내 발을 쭉 내밀었다.


"추우니까 물로 들어가."


샤워기의 물을 맞던 아이는 어느새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목 들고."


아이의 머리카락을 충분히 물에 적셔주었다.

이때 나는 내 손으로 아이 이마에 벽을 만들어 가급적 얼굴에 튀는 물이 적게 용을 쓴다.


"뒤돌아."

흠뻑 젖은 머리에 샴푸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두피 마사지를 신경 쓴다. 언젠가 누가 내 머리를 감겨줄 때 두피 마사지를 해주니 나른하고 기분이 상쾌하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도 기술은 부족하지만 정성을 채워 아이의 두피 구석구석을 손 끝으로 문질 문질하며 거품을 낸다.


"엄마, 샤워할 땐 기분이 너무 좋아."

"아까는 샤워하기 싫다면서?"

"그땐 기분이 안 좋았으니까."

"지금은 기분이 좋아?"

"응, 너~~ 무 좋아."


기분 좋다는 아이는  머리에 린스를 발라둔 뒤 몸에 거품칠을 하자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좀 있어봐, 미끄러진다고. 큰일 나."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온몸을 흔들기도 하면서.


하얀 거품이 아이 배에도, 손에도, 발가락 사이사이에도 꼬물거리며 아래로 흐르고 있다. 목아래나 겨드랑이 다리 사이 등 아이 살이 연한 곳은 손으로 다시 한번 씻긴다.

발가락과 발바닥은 아이의 웃음 버튼이다.


곧이어 샤워기를 틀어 몸의 거품을 깨끗이 씻어낸다. 머리의 린스도.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품들을 물로 보내고 나면 아빠의 큰 수건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린다.


이번에는 아이 아빠가 꼼꼼히 아이의 물기를 닦아내고 로션을 발라준다. 손에도, 배에도, 엉덩이에도, 얼굴에도.

아이는 아빠와 간지럼 로션 바르기까지 끝내면 스스로 옷을 입는다. 옷을 다 입은  딸아이에게 남편은 드라이기를 갖다 댔다.


위이이잉.

따뜻한 바람에 자신이 이효리라도 된 듯 머리를 휘날리며 오만 이쁜 척은 다 하는 딸아이. 한참을 머리를 말리더니 갑자기 내게로 달려왔다.


얼마 전 사 준 가장 좋아하는 시나브로 잠옷을 입은 아이.


"엄마. 내가 기분 좋아지는 마법을 알아냈어요!"

"오. 그런 마법이 있어? 뭔데?"

"바로! 샤워! 기분이 좋지 않았는 데 사워를 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져요! 샤워는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이에요! 엄마도 샤워하고 우리 기분 좋게 만나요!"


딸아이의 말에 격하게 공감을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스트레스해소법을 찾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에만 열중했지 그 외의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빨리 내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건 아닐까.


그런데 기분 좋아지는 마법이라니. 지금 내게 딱 필요한 마법이다. 좀 더 나의 기분에 집중하는 샤워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내게도 마법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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