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앞둔 남편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요리 잘하는 마누라를 두고 있다. 직장동료 중 한 명의 와이프는 캠핑의 신이다. 캠핑 갈 때마다 아이스박스를 두 개씩 들고 간다. 게다가 요리할 때 옆텐트 사람들도 그렇게 구경을 온다고 한다. 섬을 왔다 갔다 하는 친구의 와이프는 아이가 셋인 덕분에 예전부터 외식보다는 집밥을 선호했고 그러다 보니 밖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고 늘 집으로 손림을 초대한다. 못하는 요리가 없어 외식 필요성도 못 느낀다고 한다. 어떤 와이프는 아이 소풍 때면 기깔나게 도시락을 만들어 반에서 도시락 인기투표를 1등 하기도 한다. 토요일이면 회사동료들과 먹으라며 엄청난 인분의 샌드위치나 김밥을 싸서 보내주는 와이프도 있다. 여기가 맛의 전라도라서 그런 걸까, 나만 저렇게 못하는 걸까.
요리 앞에서는 작아진다.
누가 그랬던가.
요리는 할수록 는다고.
어딜 가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내가 그 예외인지 몰랐을 뿐.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외식하면 맛없어서 평생을 집밥만 드셔 오셨던 아버님이다.
어머님은 무슨 요리든 뚝딱뚝딱 만든다.
눈대중으로 대충 때려 넣어도 맛있다.
나는 정교하게 측정해서 레시피대로 한다고 설쳐도 내 입에만 맛있다.
알고 보니 내 혀는 기준치가 낮은 혀였으니까.
라면 물 넣을 때 많이 넣는 편이냐 적게 넣는 편이냐는 물음이 국물이 많은 게 좋냐 적은 게 좋냐로 이해했던 나다.
둔한 혀는 싱거움과 짬에 예민하지 않다.
우스갯소리로 내 지인들은 내게 맛집을 묻지 않고 망집을 묻는 다. 내가 맛없다 그럼 진짜 맛없는 집이라며...
그런 나라도 가끔은 남편에게 의기양양하게 떡하니 차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뭐가 됐든 내 역할을 못하는 건 싫으니까. 밥 잘 못 얻어먹는 그가 짠하기도 하고.
남편은 오늘 아이들에게 유독 시달렸다.
나의 퇴근이 너무 늦는 날이기도 하고 여러 이벤트가 있었던 하루니까. 이런 날 한상 거하게 차려주고 싶다.
아쉽게도 마음은 가득한데 스킬은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폰을 꺼내 들었다.
어플을 켜고 한참을 고민했다.
충분히 거해보이는 것으로.
오늘 내가 정한 메뉴는 낙곱새다.
이곳 목포의 낙곱새는 부산의 낙곱새 맛과 조금 다르다.
부산의 낙곱새를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하며 소주를 꺼내올 거라 기대하며 주문했다.
집 냄비에 옮겨담으니 꽤나 그럴싸하다.
역시나 남편은 입이 귀에 걸려 초록병과 잔을 가져왔다.
언젠가 요리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요똥손이다.
남편의 소소한 행복을 바라보며 요똥손도 맛있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이 시대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