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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Dec 16. 2023

수고했어, 나 자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아무리 예약취소가 되지 않아도 아픈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남편과의 서울 일정을 하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도 남편과 일정을 감행키로 했다.




남편의 생일은 크리스마스.

우리 부부는 매년 이쯤 남편의 생일 겸 그리고 우리 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진다. 이번에는 서울에 내 개인적 일정이 생기면서 서울로 방향을 정했다.

무려 한 달 반도 더 됐다.



숙소도 예약한 상황이라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지켜보고 일정을 진행키로 했는 데 아이까지 아파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옳은 선택이었을까 되뇌고 있다.




우선 오늘의 주요 일정은 글로 성장연구원모임.


그제 아이의 병원에서 쪽잠으로 1시간을 잤다.

어제는 원고 퇴고를 감행해서 두 시간 정도를 잤다.


1시 모임에 여유로이 와서 1시간 정도 내 시간을 갖고 싶어 조금 일찍 나서기로 결정했다.


아침 7시 30분.

커피 3개를 챙겨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대를 잡았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뒷목의 뻐근함이 전해져 왔다.

1시간 정도 지나니 그 뻐근함은 허리까지 내려왔다.

조금 걱정됐지만 이미 던저진 주사위, 엎질러진 물이다.


조금 서둘렀다.

그런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쳤다.

휘청거리는 차만큼 내 마음도 불안에 흔들렸다.


겨우 비바람을 통과했더니 웬걸.

눈폭풍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상등을 킨 차들이 후들거리며 기어갔다.

나는 핸들을 꽉 잡았다.


1시 모임에 1시간 일찍 도착하긴커녕

1시  30분이 되어서야 동료작가님들과 반갑게 인사할 수 있었다.


6시간의 운전동안 남편과 스무 통은 넘게 통화한 듯하다.

무서울 때마다 전화를 했다.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 데, 그는 역시 내 마음의 위안인가.


역시 영혼의 동료들을 만났더니 반가움에 운전의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안부를 묻고 맛있는 걸 먹고 이야기하고.



왜 사람들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까. 신기하다.



비싸고 맛있는 코스밥을 먹고

(고기 먹지 않는 태호님 덕에 나는 두배로 먹었다. 감사해요, 또 같이 앉아요!ㅋㅋ)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회의를 했다.


역시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못 따라온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니 내 생각도 풍요로워졌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순식간이라 늘 헤어질 때 아쉬움이 남는 다.



글로 성장 모임이 끝나니 어느새 남편이 기차 타고 용산역에 도착했다며 연락 왔다. 연구원들과 아쉬운 이별뒤 사랑하는 남편과의 재회라니. 딱 좋다.


남편과의 조우에 리나작가님 한 스푼 얹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리나작가님과도 헤어지고 우린 의정부 지인을 만나기 위해 출발했다.



시끌시끌한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의정부 숙소 앞이다.

언제 잠든 건지. 역시 남편과 조우하니 긴장이 풀렸나 보다.

수면이 부족했던 사실을 알던 남편이 잠을  권하자마자 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의정부 한우곱창모둠 앞에 앉아있다.



이제부터 내 힐링 시작이다.

교통사고 이후 쉬자쉬자하면서 쫓겨 다녔다.


올 한 해도 멋지게 노력한 나와 남편을 위한 여행인데

11월의 한 달 때문에 올해 노력이 물거품 되는 느낌에 상실감을 느꼈고 여행의 필요성에 의문이 들었었다.

잃어버린 11월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그래도 우리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기로 했다.

2024년이 기다리니까.

충분히 다음을 위한 에너지충전이 필요하다.


처음으로 여행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처음으로 숙소에 경비의 비중을 쏟았다.


이번 우리 여행은 나의 여유를 찾고 미적거리는 게 목적이다. (남편은 성향적으로 원래 그런 사람이라 나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도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수고했다.

다음을 준비하자.

그만하면 됐다.


이제 먹자!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

1월부터 겨울방학특강이다.

에너지 바짝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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