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한손수레 Feb 20. 2023

쉴 곳을 찾았다.

:뭐, 어쨋대.


나는 어린 시절의 감정 결핍이 일부 존재한다.

나의 바쁜 일과와 무엇이든 해야 하는 병은 그 결핍으로부터 온 것일 테지.

이러한 결핍은 나를 투지 높은 전사로 만들기도 하고 한없이 작은 자존감의 무게를 뜻하기도 한다.

결국 내겐 애증의 대상이다.



나는 나의 인정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먹고 자란다.

그 인정을 먹기 위해 그간 끊임없이 누군가를 설득해야 했다.

그 결과 내게 생긴 습관은 끝없는 채찍질이었다.


늘 쫓기듯 살아온 나는 '안정적'이라는 감정이 생소하다.

그런 내게 처음으로 '안정'을 선사한 한 명이 있다.




"그럼 뭐 어쨌대."


그의 한마디에 멍해졌다.

그는 지금까지 쏟아내던 나의 고민을 한낱 먼지로 만드는 데 3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믿을 수 없어 반박했다.


"그럼 뭐 어쩐 게 아니라, 그렇게 되면 제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잖아요."

이어진 그의 대답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 원하는 걸 갖지 못하면 뭐 어떠냐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처음엔 무슨 이런 낙관주의가 다 있나 했다.

그런데 왜 내 마음이 편해졌던 것일까?


그 이후로 나는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잦아졌다.

어쩌면 고민 해결이 아니라 그때의 나는 그의 "뭐 어쩠대."가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의 한마디는 내게 위로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나를 채찍질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달라진 점이라면 내 옆에 늘 그가 있다는 것.


더 이상 나 혼자만의 의미 없는 질주가 아니다.


그는 나의 휴식처를 자처했고 그 덕에 나는 이따금씩 앉아서 그와 여유로이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럼 뭐 어쨌다고, 일단 잠시 앉아."


작가의 이전글 고운 얼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