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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Feb 20. 2023

고운 얼굴

전 어떤 사람 같나요?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지하철을 탈 때부터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그야말로 한눈에 들어왔었다.



언제 감았는지 모를 머리는 산발이 되어 떡져있었고

썩은 된장 냄새 같은 퀘퀘한 기분 나쁜 냄새를 풍겼다.

면도를 하지 않아 거뭇한 수염들은 삐죽빼죽 제멋대로였다.



'저쪽으로는 안 가야겠다.'



그런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 것이다.



"학생, 내가 이리로 가려하는 데 길 좀 알려주겠어요?"



속으로 할아버지에 대한 근거 없는 관찰과 평가를 내린 것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멈칫하게 한 건 할아버지의 미소와 말투였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친절과 설명을 꺼내 들어

할아버지께 바쳤다.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헤어짐 뒤에

나는 또 할아버지를 근거 없이 평가했다.


'어디 교수님이신가? 등산 같은 거 다녀오시는 길이신가?'


혼자 피식 웃었다.

모든 건 나의 상상이고 나의 편견이다.



하지만 나는 기왕이면

인자하고 배려 깊은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겠다고 각오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상상에 맡긴다.

그저 그 상상이 조금이라도 기분 좋은 상상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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