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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Feb 15. 2023

삐뚤빼뚤 선긋기.

나의 멋

나는 선을 긋고 있다.

계속 그어왔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목표로 긋고 있는지 모를 때가 더 많다.


내가 그어온 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반듯하지만은 않다.


그와의 만남 이후부터 들쑥날쑥 하늘 끝까지 올랐다 땅속까지 내렸다 심전도가 그려지기도 하고

생각이 깊어질 때쯤에는 점선이 그려지기도 한다.

무언가 당찬 각오로 힘이 바짝 들어가 있는 시기에는 굵고 두꺼운 송충이 같은 선이 그려진다.

아이들과 온종일 전쟁하던 때에는 힘이 없어서인지 희미한 선이 그어져서 잘 기억도 안 나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까지의 내 그림은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이러다가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봐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내가 그은 선이 앞으로 그려갈 그림에 섞이지 못할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내가 어떤 선으로 무엇을 그리고 싶은 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


그래도 나는 내가 그려온 그림이 좋다.


내 멋대로 그린 그림이니까 가장 나 다운, 나의 멋이 들어있다.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선들로 흥미진진한 그림을 그려갈까.

과거로부터 온 이 선들이 그려갈 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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