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반갑다.

by 잔잔한손수레


요즘 나는 이것에 푹 빠졌다.

오늘도 호들갑 떨며 남편에게 말한다.


"진짜 맛있지 않아? 나 진짜 맨날 먹을 수도 있어."

"여보가 맛없는 것도 있어? 다 맛있으면서. 며칠째야, 안 질려?"

"없어서 못 먹지요~"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니 어느새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다다랐다.

오늘도 시장 사람들은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입은 더 바쁘다.

멀티가 안 되는 나는 손과 입이 따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후욱.

눈의 요정이라도 나타난 걸까. 입김을 불어댄다.

두꺼운 잠바를 입어도 눈의 요정의 입김은 막을 수 없다.

차가운 입김에 잔뜩 움츠러들어서 남편에게 매달려 걷는다.

'오늘은 집에 있을 걸 그랬나...?'


후회하려던 찰나, 저 멀리서 익숙한 냄새가 나를 마중 나왔다. 그걸 또 알아보고 콧구멍은 커지고 혀는 촉촉해진다. 눈의 요정도 별 수 없다. 남편의 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홀린 듯 불길을 바라보고 걷는 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다 왔다! 빨리, 빨리'


몇 초 먼저 가는 게 큰 의미는 없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렇게 빨리 가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과일 가게 맞은편에서 반가운 불길이 큰 손을 휘두르고 있다. 반갑게 인사하는 건지 유혹하는 건지 헷갈린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난 이미 빠졌으니까.


가까이 오니 코가 설레서 심장까지 마구 뛴다. 오늘도 나의 일급요리사는 눈의 요정에게 지지 않기 위해 잔뜩 걸쳤다.

입과 목까지 하나의 틈새도 허락하지 않는 난공불락 요새처럼. 오늘은 그래도 덜 추웠는지, 후드모자를 쓰고 있지는 않다. 그의 투명방패는 오늘도 기름에 반짝이며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속엔 늘 검은 옷을 입는다. 검은 옷을 좋아하나?


문득, 더 반갑다.


매번 남편과 바람에 맞서 이곳에 오는 나.

늘 검은 옷을 입고 무거운 프라이팬으로 불과 교감하는 남자.

나를 반기는 익숙한 냄새.

8분의 기다림.



아차차, 가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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